


고예(이현진)2025-08-01 05:10
고예(이현진)2025-08-01 05:11
이현진
나는 화가다 망자들의 마지막 모습을 그리는,가장 남기고 싶은 모습을 그리는.
내 가게는 항상 망자들이 찾아왔다. 나는 지금 한 손님과 마주앉아있다.나는 캠퍼스 너머로 보이는 그의 모습을 보았다.그는 두 손을 모으고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손님 혹시 고개를 조금만 들어주시겠어요?” 내 말에 그는 머뭇거리다가 고개를 들었다. 그의 눈과 내 눈이 마주쳤다. 나는 그의 눈을 들여다보았다. 그의 검은색 눈은 맑았다. 그러나 죽어있었다. 그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나는 계속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성유신씨 맞으신가요?” 그는 살짝 숙여져있던 고개를 들었다 잠깐 머뭇거리던 그는 인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유신 님은 어쩌다가 이곳에 오게 되셨나요?” 이번에도 나는 그의 눈을 바라보았다 그의 눈이 일순간 어둡게 가라앉았다 그의 입술이 살짝 열렸다 그가 입술을 달싹이자 그의 입술 사이로 혼탁한 목소리가 새어나왔다
“그저…용기가 없었을…뿐이에요” 내 말에 처음으로 그의 대답이 돌아왔다 나는 캠퍼스에 연필을 그으며 그를 바라보았다 그는 표정은 변화가 없었다 그러나 그의 눈에는 촉촉한 습기가 스며들어 있었고 조금 더 반짝였다 여전히 그의 입술은 달싹였다 나는 가만히 기다려주었다 그가 다음 말을 이을 수 있게 “나는….나는 용기가 없었어요 그 지옥에서 버틸만한.” 그의 눈과 달리 그의 목소리는 건조함을 담고 있었다 그는 그 이상 말하지 않았다 그저 나를 바라보기만 할뿐이었다 그의 눈은 더 이상 흔들리지 않았다 그의 눈을 반짝이게 하는 빛은 여전히 있었다 그의 시선이 나를 지나쳐 허공을 바라보았다 그의 눈은 한순간 몽롱해졌다 그는 다시 입을 열었다 “이렇게 말하면 사람들은 말해요 그래도 버텼어야지,너만 힘든 것 같아,조금만 더 버티자 라고요” 잠시 한숨을 쉬 듯 숨을 내쉰 그는 말을 이었다 “하지만 때로는 도피처가 될 수 있어요 사람들은 망각하는 것 같지만 말이에요 저도 그것이 간절했을 뿐이예요 저만 힘들지 않다고요? 그건 저도 알고 있어요 근데 대신 겪어 줄 것도 아니면서 말한 하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잖아요” 눈은 그 사람이 보는 것을 모두 볼 수 있다 그렇기에 나는 그의 눈을 들여다보았다 그의 안에서 소용돌이 치는 것들을 찾아서 그의 그림들의 재료를 찾아서.그의 이야기가 시작하려고 하고 있었다
그의 어린시절은 평범하지는 않았다 그가 어렸을때 그는 보육원 앞에 버려졌다 어린 그는 어렸기에 눈치가 빨랐다 그렇기에 본능적으로 느꼈다 부모님이 자신을 찾아오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그렇지만 그는 그들을 원망하지 않았다 “미안해..정말 미안해…” 그들의 목소리는 젖어 있었다 표정 역시 일그러져 있었다 그러나 그들의 눈은 젖어 있었지만 선명하게 빛나고 있었다 그는 그들을 보고 미소지었다 그의 미소에 그들은 시선을 피해버렸다 그리고 그에게 인형 하나를 안겨주었다 “이제 이 인형이 엄마 아빠라고 생각해” 그들은 그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그는 그들의 손을 잡았다 힘을 주지 않고 손이 떨어지지 않을 정도로만 힘을 주었다 건물 안으로 들어가자 어른들이 그를 반겼다 그는 웃음을 띤 채 제게 다가오는 이들을 보았다 또한 그는 자신의 손을 잡고 있던 손이 풀리는 것을 보았고 자신의 등을 미는 손을 느꼈다 그는 자신을 보고 웃고 있는 이들에게 다가갔다 다가가는 동안 그는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그 후의 일은 빠르게 지나갔다 그들이 건물을 빠져나가는 순간 그는 그들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그들은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그가 그들을 등지고 다른 이들에게 다가갔던 때처럼 그는 그들의 뒷모습을 쳐다보았다 계속해서 그를 바라보았다 그들이 뒤를 보라보지 않더라도.희미한 웃음을 걸친 채.그저 점점 멀어지는 그들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들에게 뛰어가지 않고서.그들이 떠났어도 그의 어린시절은 불행하지 않았다 선생님들은 그를 아껴주었고 동생,형,누나들도 그를 좋아했으니깐 그는 그들을 가족으로 여겼다 피가 섞이지 않았더라도 즐거웠다 그에게는 음악에 재능이 있었다 아직도 그는 생생하게 기억했다 그날 그는 친구의 등살에 떠밀려 친구가 다니는 피아노 학원에 가게 되었다 그런 그를 학원 선생님은 친절히 맞아주었다 친구가 피아노를 치기 시작했다 친구가 피아노를 치는 것을 구경하던 그는 피아노를 쳐보게 되었다 처음 피아노를 쳐보는 그는 해맸다 그런 그를 친구가 도워주었다 그는 친구의 도움을 받아 띠엄띠엄 피아노에 대해 배웠다 3시간 밖에 안되는 시간이었지만 그는 피아노에 대해 알게 되었다 학교에서 계이름과 노래를 배운 적은 있지만 피아노를 직접 펴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그 후로도 그는 자주 친구와 함께 피아노 학원에 놀러갔다 그렇게 그는 피아노 학원을 다니게 되었다 처음에는 겨우 치던 비행기도 이제는 더 잘 칠 수 있었다 그가 피아노 학원에 올 때면 그는 항상 웃고 있었다 그의 피아노 실력은 점점 늘어갔다 그러면서 그는 작곡에도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그는 피아노를 치면서 마음에 드는 음을 찾기도 하고 그 음들을 연결하기도 하였다 그는 피아노로 자신만의 소리를 만드는 것이 좋았다 선생님은 그런 그에게 예중을 다니는 것이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그는 고민하다가 예중 시험을 보게 되었다 시험을 보고자 한 그를 위해 선생님은 특별 래슨을 해주셨다 그는 시간이 나는 대로 연습에 매진하며 그는 하루종일 학원에서 살았다 그의 손가락이 건반을 때릴때마다 고운 소리가 들렸다 그가 고른 자유곡은 모차르트 피아노 소나타 NO.12 F장조K,332-1이었다 맑고 투명한 음으로 시작해 스타카토를 사용하여 경쾌한 분위기를 만들면서 레카토가 사용하여 우아함을 드러내는 곡이었다 그의 손끝이 첫음을 시작했다 경쾌한 음이 시작을 알렸다 곧 우아한 음이 어우러졌다 일정한 속도로 연결되는 음들은 경쾌하고 춤추는 듯한 소리가 되어 울려퍼졌다 그의 손가락은 거침없이 움직였다 건반을 누비는 그의 손가락의 움직임과 함께 피아노 소리가 울렸다 그의 손가락은 마치 마법을 부리듯이 소리를 연결시켜갔다 이내 그의 손가락이 멈춘 것과 동시에 시험장 안을 체우던 피아노 소리도 함께 멈추었다 그 후에 그는 지정곡 연주를 마저 하며 실기를 끝냈다 시험장을 벗어나는 그의 뒷모습은 아쉬움이 옅보인 듯했다 그는 결국 예중에 합격하게 되었다 아직 쌀쌀함이 감도는 3월 그는 중학교에 입학하게 되었다 그는 보육원을 나와 기숙사로 들어가게 되었다 그가 배정받은 기숙사는 302호였다 그가 기숙사로 들어가자 그와 방을 함께 쓰게 될 룸메이트가 먼저 들어와 있었다 “안녕 난 김시우야! 넌 이름이 뭐야?” 시우는 그에게 말을 걸었다 “나는 상유신이야” “오 예쁜이름이네? 앞으로 잘 부탁해!!” 그 둘은 룸메이트에서 절친이 되었다 그 둘의 전공은 아쉽게도 달랐다 “아 전공이 다르네..난 실용 음악 전공인데.. 너무 아쉬워!!” 시우는 가수가 꿈이었다 그렇기에 실용 음악과에 들어갔다 “와 전 작곡과 니까 나중에 나 곡 하나 써주라!!” “그럴게” 둘은 그렇게 약속을 했다 그 약속은 그 둘이 중학교를 졸업하고 대학교를 갈때까지 계속해서 그 둘의 기억 속에 존재했다 그는 시우와 연락을 하고 지내면서 사회에 나가게 되었다 처음에는 그는 이렇다할 곡을 내지 못했다 대중이 원하는 음악은 그가 학교에서 배운 작곡과는 많은 차이가 있었다 그러나 그는 대중음악 작곡에 대해서도 공부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시우와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대중음악이란 것은 생각보다 다양하면서도 기본 틀이 존재하는 것 같았다 시간이 지나면서 그는 곡 한곡을 만들었다 그의 첫 곡은 한 중소기업 아이돌의 앨범의 수록곡이 되었다 처음 시작은 수록곡이었으나 사람들은 그의 노래를 듣게 되었다 자신의 곡이 세상에 나오는 순간을 지켜보았다 그의 표졍은 변화가 없는 것처럼 보였으나 그의 눈만큼은 반짝였다 그의 곡이 TV화면을 통해 흘러나왔다 그것을 들은 그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눈물을 흘렸다 지금까지 해온 수많은 시행착오들이 사라지는 것 같았다 그는 시우에게 곡을 줄 수 있을 때까지 실력을 높이고자 하였다 그의 귀에는 자신의 곡이 들렸다 그 곡 위에 입혀질 시유의 목소리를 생각했다 그의 손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따뜻하면서도 명료한 음이 연결되었다 그의 손은 건반을 지나치고 눌렸다 건반을 휘졌던 그의 손이 도련 멈추었다 그의 눈이 자신이 만들어놓은 트랙으로 향했다 그의 귀는 그 트랙에서 재생된 음을 들었다 멈추었던 그의 손이 트랙을 지워버렸다 그는 몇번이고 트랙을 지우고 수정했다 그는 신경질적으로 컴퓨터를 껐다 시우에게 줄 곡이 써지지 않았다 다른 곡들은 잘만 써졌지만.시우는 그런 그에게 천천히 써도 된다고 말해주었다 그럴때마다 그는 건반 앞에 앉아있는 시간이 길어졌다 그의 귀는 밤이 늦도록 음을 들었다 지금까지 수많은 음을 연결하였다 그러나 결국 그의 손은 그 트랙들을 지웠다 다른 곡들은 잘도 음이 연결되었다 옥계 띠처럼 엉키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머리를 헝그러트렸다 그는 침대에 쓰러지듯 누웠다 그러다 그는 잠이 들었다 그가 눈을 떴을 때 그의 세상이 변해 버렸다는 것을 알지 못한채. 고요한 방에 핸드폰이 울리는 소리가 들렸다 진동소리는 멈출 줄 몰랐다 울리는 그 소리에 그의 눈이 조용히 떠졌다 그의 시선이 핸드폰으로 향했다 그가 손을 뻗었다 그의 눈에 수많은 메시지함과 부제중을 확인했다 그는 그 중 제일 최근의 것을 눌렸다 업계 지인이었다 메시지를 읽던 그는 벌떡 상체를 일으켰다 “표절이라니…?” 그의 표정이 굳었다 그의 손가락이 재빠르게 글자를 써내려 갔다 실시간 검색어가 그의 눈에 들어왔다 ‘작곡가 성유신 표절’ “이게 무슨? ” 그는 그 검은어를 눌렀다 로딩 중인 화면에 그의 얼굴이 빚쳤다 그의 얼굴은 새하얗게 질려 있었다 곧 기사가 열렸다 그의 시선이 빠르게 글을 읽어내려갔다 ‘작곡가 성유신 유명 작곡가 김솔이 곡 표절 논란….그가 난 곡과 솔이가 낸 곡의 도입부를 포함한 구조가 비슷….이에 대중들은 그를 비난하며 사죄를….’ 그의 손이 잘게 떨렸다 그의 심장박동 또한 빨라졌다 그는 핸드폰을 놓쳤다 툭 핸드폰이 바닥과 부딪히면서 그 소음이 발생했다 그 와중에도 그의 폰은 미친듯이 울리기 시작했다 그와 작업을 함께 했던 또는 할 사람들이었다 모두가 그와 관계를 끊고자 했다 ‘표절이라니 무섭다..,’ ‘그렇게 안 봤는데 실망인걸..’ ‘이제 성유신은 끝일려나? 뮈 끝이겠지…’ ‘건드려도 하필 김솔미를 건드리냐….’ ‘쯧쯧 지팔자 지가 꼰거지 뭐…’ ‘자업자득이지…’ “아니야..난 표절하지 않았어…난 아니야!” ‘쯧 끝까지 변명이네 이미 끝났는데…’ ‘그러니깐 솔미가 곡이 더 먼저 올라왔던데…곡도 똑같고…’ 다들 그냥 인정하면 좋을 텐데 변명이 많네,..‘ “난 진짜 아니야..그건 내가 먼저 냈어…” 모두가 그를 욕했다 아마도 그를 믿어 주지 않았다 “시우야..나 정말 억울해…제발 믿어줘.,.””유신이 솔직히 말해줘….” “네가 그런 사람인줄 몰랐어..다시 연락하지 말아줘” “시우야? 시우야!” 심지어 시우조차도. 그는 머리가 아팠다 눈 앞이 핑 돌았다 “왜 나를 믿어주지 않는 거야? “ “시우야 너만은 나를 믿어줘야 하잖아……” 그의 뺨을 타고 눈물이 흘러내렸다 뚝뚝 눈물이 흘러내려 바닥을 적셨다 그의 방안에는 울음소리가 울렸다 그는 한참을 울었다 ‘앜 성유신 겁나 못해 ㅋㅋ’ ‘아 조용히 해’ ‘그러게 형에게 덤비냐?’’누가 형이야!’ 그때 시우는 짜증 내는 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과거에는 짜증 났는데 지금은 그때로 돌아가고 싶었다 눈물이 말라버린 그의 눈은 검은색으로 죽어있었다 창문으로 햇빛이 들어왔지만 그의 눈에는 빛이 실리지 않았다 그는 빛이 들어오는 방에서 멍하니 허공을 부유하는 것들을 바라보았다 빛을 받아 하얀색으로 빛나면서 떠다니고있었다 그의 시선이 그것들을 따라 움직였다 느리지만 분명히.그러다 그의 시선은 키보드 앞에서 멈추었다 그가 작곡을 하면서 사용하는 그 키보드였다 키보드를 보는 그의 눈은 자금만한 빛이 맴돌았다 그는 천천히 일어섰다 그리고서는 책상으로 다가갔다 키보드를 쓸어보던 그는 결국 다시 한번 주저앉았다 이 상황에서도 그는 건반을 치고 싶었다 그는 의사를 빼고 책상에 않았다 지이잉 컴퓨터 전원이 켜진다 그는 로딩화면을 바로보았다 곧 컴퓨터화면이 켜졌다 그는 마우스를 움직여 음악 프로그램을 켰다 마치 홀린 것 같은 자연스러운 움직임이었다 그는 키보드의 건반에 손을 올렸다 그의 손가락이 느릿하게 건반을 눌렀다 띵 하고 피아노 소리가 울렸다 그 소리를 시작으로 그의 손가락이 느릇하게 그러나 연속해서 움직였다 그의 손가락이 음을 만들어나갔다 떄로는 밝은 소리,때로는 둔탁한 소리가 섞여 들어갔다 그는 다른 어떤 것도 신경쓰지 않는체 건반을 누르는 것에 집중했다 그의 손가락은 점점 더 빠르고 정확하게 음을 만들어냈다 그의 손가락이 움직이면서 그의 눈에도 빛이 기들었다 마침내 모든 음들을 엮어낸 손가락이 들어오려졌다 그가 작업을 맞쳤을 때는 이미 몇칠이 지나있었다 곡을 작업하는 동안 그는 어떤한 욕구도 느끼지 않았다 그는 졸음이 느껴지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그의 눈은 빛을 읽었던 모습으로 돌아와 있었다 그가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았다 “아 이제와서야….” 그의 입에서 탄식이 나왔다 그는 두 손을 느러트렷다 그의 눈에서 다시 한번 눈물이 차올랐다 “이제서야…왜! 전해주지도 못한 건데….” 그의 목소리가 축축하게 젖어 갔다 그의 눈물이 그의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그는눈물을 닦을 생각도 하지 않은 채 소리 없이 울었다 과거의 자신을 원망하면서,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면서.눈물에 모든 감정을 담을 듯이 울었다 그의 컴퓨터에서 그가 방금 만들었던 노래가 흘러나왔다 그와는 어울리지 않는 활기차면서도 따뜻한 곡이었다 그는 그 곡을 저장했다 그 곡에 제목은 ‘썬샤인’이었다 그 곡을 부를 가수는 김시우였다 그것이 목적이었던지 그는 더 이상 울지 않았다 그는 모든 것을 털어버린 듯 보였다 삶의 의지 조차도 말이다 그러나 미련은 남아있는 것 같았다 그는 자신의 컴퓨터에 있는 자료들을 삭제했다 그가 만들어둔 모든 것들이 사라졌다 오직 시우를 위한 곡만을 남기고서.그는 자신의 컴퓨터의 비밀번호를 포스트잇에 적어놓았다 누군가 이 곡을 들어주기를 바라면서.지금은 누구에게도 심지어 곡을 주고 싶은 사람에게도 들려줄 수 없는 곡이었다 그렇기에 그는 이 곡이 시우에게 전해지길 바랐다 모든 이들이 이 곡을 듣기를,시우의 목소리로 덮인 그 곡을.그는 가사를 짓는데 소질이 없었다 대분분의 그의 곡들의 가사는 시우가 정해주었다 이번에도 그렇게 되기를.그는 소망했다.이 노래가 들리기를 그래서 위로받기를 자신을 포함해서 말이다. 그가 움직였다 그는 자신을 매달았다 곧 그의 움직임이 완전히 멎졌다 그는 그 어떠한 말도 남기지 않았다 그가 남긴 것이라고는 약속을 지킬 수 있는 노래 한 곡 뿐이었다 약속이 지켜지는 것을 마지막 미련으로 남겨둔채 그는 떠나갔다
나는 그의 눈을 들여다보는 것을 멈추었다 어느 순간 스케치가 끝나고 채색이 끝났다 “손님 그림 완성되었습니다” “네..근데 여긴 어디죠?” “여기는 죽은 자들이 원하는 마지막 모습을 그려주는 가게예요” “성유신 씨는 25살이 되는 해인 2027년 사망하셨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이제 뒤에 보이는 문으로 나가시면 됩니다” 내 안내를 들은 그는 엄한 눈동자를 한채 문으로 걸어갔다 그리고는 망설임없이 문을 열었다 문 밖에서는 새하얀 빛이 쏟아지고 있었다 “고맙습니다 어쩐지 후련한 기분이에요” 그 말을 끝으로 그는 새하얀 빛안으로 걸어들어갔다 그런 그에게 한 가락의 노래가 닿았다 ‘약속이라는 것은 절대적이지 않지만 절대적이예요 너와 나의 약속’ 그가 완전히 모습을 감추었다 나는 내가 그린 그림을 바라보았다 그림 속 그는 눈물을 흘리면서 키보드 건반을 누르고 있었다 나는 그의 미련이 실현되기를 바랐던 것 같았다 실현되지 않더라도 곡은 전달되었으면 했다 이게 그가 상상했던 노래라도 괜찮았다 그가 만든 노래에 그의 친우의 목소리가 섞여 그의 마지막을 배웅하고 있으니깐 말이다
나는 화가다 망자들의 마지막 모습을 그리는,가장 남기고 싶은 모습을 그리는.
내 가게는 항상 망자들이 찾아왔다. 나는 지금 한 손님과 마주앉아있다.나는 캠퍼스 너머로 보이는 그의 모습을 보았다.그는 두 손을 모으고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손님 혹시 고개를 조금만 들어주시겠어요?” 내 말에 그는 머뭇거리다가 고개를 들었다. 그의 눈과 내 눈이 마주쳤다. 나는 그의 눈을 들여다보았다. 그의 검은색 눈은 맑았다. 그러나 죽어있었다. 그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나는 계속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성유신씨 맞으신가요?” 그는 살짝 숙여져있던 고개를 들었다 잠깐 머뭇거리던 그는 인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유신 님은 어쩌다가 이곳에 오게 되셨나요?” 이번에도 나는 그의 눈을 바라보았다 그의 눈이 일순간 어둡게 가라앉았다 그의 입술이 살짝 열렸다 그가 입술을 달싹이자 그의 입술 사이로 혼탁한 목소리가 새어나왔다
“그저…용기가 없었을…뿐이에요” 내 말에 처음으로 그의 대답이 돌아왔다 나는 캠퍼스에 연필을 그으며 그를 바라보았다 그는 표정은 변화가 없었다 그러나 그의 눈에는 촉촉한 습기가 스며들어 있었고 조금 더 반짝였다 여전히 그의 입술은 달싹였다 나는 가만히 기다려주었다 그가 다음 말을 이을 수 있게 “나는….나는 용기가 없었어요 그 지옥에서 버틸만한.” 그의 눈과 달리 그의 목소리는 건조함을 담고 있었다 그는 그 이상 말하지 않았다 그저 나를 바라보기만 할뿐이었다 그의 눈은 더 이상 흔들리지 않았다 그의 눈을 반짝이게 하는 빛은 여전히 있었다 그의 시선이 나를 지나쳐 허공을 바라보았다 그의 눈은 한순간 몽롱해졌다 그는 다시 입을 열었다 “이렇게 말하면 사람들은 말해요 그래도 버텼어야지,너만 힘든 것 같아,조금만 더 버티자 라고요” 잠시 한숨을 쉬 듯 숨을 내쉰 그는 말을 이었다 “하지만 때로는 도피처가 될 수 있어요 사람들은 망각하는 것 같지만 말이에요 저도 그것이 간절했을 뿐이예요 저만 힘들지 않다고요? 그건 저도 알고 있어요 근데 대신 겪어 줄 것도 아니면서 말한 하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잖아요” 눈은 그 사람이 보는 것을 모두 볼 수 있다 그렇기에 나는 그의 눈을 들여다보았다 그의 안에서 소용돌이 치는 것들을 찾아서 그의 그림들의 재료를 찾아서.그의 이야기가 시작하려고 하고 있었다
그의 어린시절은 평범하지는 않았다 그가 어렸을때 그는 보육원 앞에 버려졌다 어린 그는 어렸기에 눈치가 빨랐다 그렇기에 본능적으로 느꼈다 부모님이 자신을 찾아오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그렇지만 그는 그들을 원망하지 않았다 “미안해..정말 미안해…” 그들의 목소리는 젖어 있었다 표정 역시 일그러져 있었다 그러나 그들의 눈은 젖어 있었지만 선명하게 빛나고 있었다 그는 그들을 보고 미소지었다 그의 미소에 그들은 시선을 피해버렸다 그리고 그에게 인형 하나를 안겨주었다 “이제 이 인형이 엄마 아빠라고 생각해” 그들은 그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그는 그들의 손을 잡았다 힘을 주지 않고 손이 떨어지지 않을 정도로만 힘을 주었다 건물 안으로 들어가자 어른들이 그를 반겼다 그는 웃음을 띤 채 제게 다가오는 이들을 보았다 또한 그는 자신의 손을 잡고 있던 손이 풀리는 것을 보았고 자신의 등을 미는 손을 느꼈다 그는 자신을 보고 웃고 있는 이들에게 다가갔다 다가가는 동안 그는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그 후의 일은 빠르게 지나갔다 그들이 건물을 빠져나가는 순간 그는 그들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그들은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그가 그들을 등지고 다른 이들에게 다가갔던 때처럼 그는 그들의 뒷모습을 쳐다보았다 계속해서 그를 바라보았다 그들이 뒤를 보라보지 않더라도.희미한 웃음을 걸친 채.그저 점점 멀어지는 그들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들에게 뛰어가지 않고서.그들이 떠났어도 그의 어린시절은 불행하지 않았다 선생님들은 그를 아껴주었고 동생,형,누나들도 그를 좋아했으니깐 그는 그들을 가족으로 여겼다 피가 섞이지 않았더라도 즐거웠다 그에게는 음악에 재능이 있었다 아직도 그는 생생하게 기억했다 그날 그는 친구의 등살에 떠밀려 친구가 다니는 피아노 학원에 가게 되었다 그런 그를 학원 선생님은 친절히 맞아주었다 친구가 피아노를 치기 시작했다 친구가 피아노를 치는 것을 구경하던 그는 피아노를 쳐보게 되었다 처음 피아노를 쳐보는 그는 해맸다 그런 그를 친구가 도워주었다 그는 친구의 도움을 받아 띠엄띠엄 피아노에 대해 배웠다 3시간 밖에 안되는 시간이었지만 그는 피아노에 대해 알게 되었다 학교에서 계이름과 노래를 배운 적은 있지만 피아노를 직접 펴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그 후로도 그는 자주 친구와 함께 피아노 학원에 놀러갔다 그렇게 그는 피아노 학원을 다니게 되었다 처음에는 겨우 치던 비행기도 이제는 더 잘 칠 수 있었다 그가 피아노 학원에 올 때면 그는 항상 웃고 있었다 그의 피아노 실력은 점점 늘어갔다 그러면서 그는 작곡에도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그는 피아노를 치면서 마음에 드는 음을 찾기도 하고 그 음들을 연결하기도 하였다 그는 피아노로 자신만의 소리를 만드는 것이 좋았다 선생님은 그런 그에게 예중을 다니는 것이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그는 고민하다가 예중 시험을 보게 되었다 시험을 보고자 한 그를 위해 선생님은 특별 래슨을 해주셨다 그는 시간이 나는 대로 연습에 매진하며 그는 하루종일 학원에서 살았다 그의 손가락이 건반을 때릴때마다 고운 소리가 들렸다 그가 고른 자유곡은 모차르트 피아노 소나타 NO.12 F장조K,332-1이었다 맑고 투명한 음으로 시작해 스타카토를 사용하여 경쾌한 분위기를 만들면서 레카토가 사용하여 우아함을 드러내는 곡이었다 그의 손끝이 첫음을 시작했다 경쾌한 음이 시작을 알렸다 곧 우아한 음이 어우러졌다 일정한 속도로 연결되는 음들은 경쾌하고 춤추는 듯한 소리가 되어 울려퍼졌다 그의 손가락은 거침없이 움직였다 건반을 누비는 그의 손가락의 움직임과 함께 피아노 소리가 울렸다 그의 손가락은 마치 마법을 부리듯이 소리를 연결시켜갔다 이내 그의 손가락이 멈춘 것과 동시에 시험장 안을 체우던 피아노 소리도 함께 멈추었다 그 후에 그는 지정곡 연주를 마저 하며 실기를 끝냈다 시험장을 벗어나는 그의 뒷모습은 아쉬움이 옅보인 듯했다 그는 결국 예중에 합격하게 되었다 아직 쌀쌀함이 감도는 3월 그는 중학교에 입학하게 되었다 그는 보육원을 나와 기숙사로 들어가게 되었다 그가 배정받은 기숙사는 302호였다 그가 기숙사로 들어가자 그와 방을 함께 쓰게 될 룸메이트가 먼저 들어와 있었다 “안녕 난 김시우야! 넌 이름이 뭐야?” 시우는 그에게 말을 걸었다 “나는 상유신이야” “오 예쁜이름이네? 앞으로 잘 부탁해!!” 그 둘은 룸메이트에서 절친이 되었다 그 둘의 전공은 아쉽게도 달랐다 “아 전공이 다르네..난 실용 음악 전공인데.. 너무 아쉬워!!” 시우는 가수가 꿈이었다 그렇기에 실용 음악과에 들어갔다 “와 전 작곡과 니까 나중에 나 곡 하나 써주라!!” “그럴게” 둘은 그렇게 약속을 했다 그 약속은 그 둘이 중학교를 졸업하고 대학교를 갈때까지 계속해서 그 둘의 기억 속에 존재했다 그는 시우와 연락을 하고 지내면서 사회에 나가게 되었다 처음에는 그는 이렇다할 곡을 내지 못했다 대중이 원하는 음악은 그가 학교에서 배운 작곡과는 많은 차이가 있었다 그러나 그는 대중음악 작곡에 대해서도 공부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시우와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대중음악이란 것은 생각보다 다양하면서도 기본 틀이 존재하는 것 같았다 시간이 지나면서 그는 곡 한곡을 만들었다 그의 첫 곡은 한 중소기업 아이돌의 앨범의 수록곡이 되었다 처음 시작은 수록곡이었으나 사람들은 그의 노래를 듣게 되었다 자신의 곡이 세상에 나오는 순간을 지켜보았다 그의 표졍은 변화가 없는 것처럼 보였으나 그의 눈만큼은 반짝였다 그의 곡이 TV화면을 통해 흘러나왔다 그것을 들은 그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눈물을 흘렸다 지금까지 해온 수많은 시행착오들이 사라지는 것 같았다 그는 시우에게 곡을 줄 수 있을 때까지 실력을 높이고자 하였다 그의 귀에는 자신의 곡이 들렸다 그 곡 위에 입혀질 시유의 목소리를 생각했다 그의 손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따뜻하면서도 명료한 음이 연결되었다 그의 손은 건반을 지나치고 눌렸다 건반을 휘졌던 그의 손이 도련 멈추었다 그의 눈이 자신이 만들어놓은 트랙으로 향했다 그의 귀는 그 트랙에서 재생된 음을 들었다 멈추었던 그의 손이 트랙을 지워버렸다 그는 몇번이고 트랙을 지우고 수정했다 그는 신경질적으로 컴퓨터를 껐다 시우에게 줄 곡이 써지지 않았다 다른 곡들은 잘만 써졌지만.시우는 그런 그에게 천천히 써도 된다고 말해주었다 그럴때마다 그는 건반 앞에 앉아있는 시간이 길어졌다 그의 귀는 밤이 늦도록 음을 들었다 지금까지 수많은 음을 연결하였다 그러나 결국 그의 손은 그 트랙들을 지웠다 다른 곡들은 잘도 음이 연결되었다 옥계 띠처럼 엉키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머리를 헝그러트렸다 그는 침대에 쓰러지듯 누웠다 그러다 그는 잠이 들었다 그가 눈을 떴을 때 그의 세상이 변해 버렸다는 것을 알지 못한채. 고요한 방에 핸드폰이 울리는 소리가 들렸다 진동소리는 멈출 줄 몰랐다 울리는 그 소리에 그의 눈이 조용히 떠졌다 그의 시선이 핸드폰으로 향했다 그가 손을 뻗었다 그의 눈에 수많은 메시지함과 부제중을 확인했다 그는 그 중 제일 최근의 것을 눌렸다 업계 지인이었다 메시지를 읽던 그는 벌떡 상체를 일으켰다 “표절이라니…?” 그의 표정이 굳었다 그의 손가락이 재빠르게 글자를 써내려 갔다 실시간 검색어가 그의 눈에 들어왔다 ‘작곡가 성유신 표절’ “이게 무슨? ” 그는 그 검은어를 눌렀다 로딩 중인 화면에 그의 얼굴이 빚쳤다 그의 얼굴은 새하얗게 질려 있었다 곧 기사가 열렸다 그의 시선이 빠르게 글을 읽어내려갔다 ‘작곡가 성유신 유명 작곡가 김솔이 곡 표절 논란….그가 난 곡과 솔이가 낸 곡의 도입부를 포함한 구조가 비슷….이에 대중들은 그를 비난하며 사죄를….’ 그의 손이 잘게 떨렸다 그의 심장박동 또한 빨라졌다 그는 핸드폰을 놓쳤다 툭 핸드폰이 바닥과 부딪히면서 그 소음이 발생했다 그 와중에도 그의 폰은 미친듯이 울리기 시작했다 그와 작업을 함께 했던 또는 할 사람들이었다 모두가 그와 관계를 끊고자 했다 ‘표절이라니 무섭다..,’ ‘그렇게 안 봤는데 실망인걸..’ ‘이제 성유신은 끝일려나? 뮈 끝이겠지…’ ‘건드려도 하필 김솔미를 건드리냐….’ ‘쯧쯧 지팔자 지가 꼰거지 뭐…’ ‘자업자득이지…’ “아니야..난 표절하지 않았어…난 아니야!” ‘쯧 끝까지 변명이네 이미 끝났는데…’ ‘그러니깐 솔미가 곡이 더 먼저 올라왔던데…곡도 똑같고…’ 다들 그냥 인정하면 좋을 텐데 변명이 많네,..‘ “난 진짜 아니야..그건 내가 먼저 냈어…” 모두가 그를 욕했다 아마도 그를 믿어 주지 않았다 “시우야..나 정말 억울해…제발 믿어줘.,.””유신이 솔직히 말해줘….” “네가 그런 사람인줄 몰랐어..다시 연락하지 말아줘” “시우야? 시우야!” 심지어 시우조차도. 그는 머리가 아팠다 눈 앞이 핑 돌았다 “왜 나를 믿어주지 않는 거야? “ “시우야 너만은 나를 믿어줘야 하잖아……” 그의 뺨을 타고 눈물이 흘러내렸다 뚝뚝 눈물이 흘러내려 바닥을 적셨다 그의 방안에는 울음소리가 울렸다 그는 한참을 울었다 ‘앜 성유신 겁나 못해 ㅋㅋ’ ‘아 조용히 해’ ‘그러게 형에게 덤비냐?’’누가 형이야!’ 그때 시우는 짜증 내는 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과거에는 짜증 났는데 지금은 그때로 돌아가고 싶었다 눈물이 말라버린 그의 눈은 검은색으로 죽어있었다 창문으로 햇빛이 들어왔지만 그의 눈에는 빛이 실리지 않았다 그는 빛이 들어오는 방에서 멍하니 허공을 부유하는 것들을 바라보았다 빛을 받아 하얀색으로 빛나면서 떠다니고있었다 그의 시선이 그것들을 따라 움직였다 느리지만 분명히.그러다 그의 시선은 키보드 앞에서 멈추었다 그가 작곡을 하면서 사용하는 그 키보드였다 키보드를 보는 그의 눈은 자금만한 빛이 맴돌았다 그는 천천히 일어섰다 그리고서는 책상으로 다가갔다 키보드를 쓸어보던 그는 결국 다시 한번 주저앉았다 이 상황에서도 그는 건반을 치고 싶었다 그는 의사를 빼고 책상에 않았다 지이잉 컴퓨터 전원이 켜진다 그는 로딩화면을 바로보았다 곧 컴퓨터화면이 켜졌다 그는 마우스를 움직여 음악 프로그램을 켰다 마치 홀린 것 같은 자연스러운 움직임이었다 그는 키보드의 건반에 손을 올렸다 그의 손가락이 느릿하게 건반을 눌렀다 띵 하고 피아노 소리가 울렸다 그 소리를 시작으로 그의 손가락이 느릇하게 그러나 연속해서 움직였다 그의 손가락이 음을 만들어나갔다 떄로는 밝은 소리,때로는 둔탁한 소리가 섞여 들어갔다 그는 다른 어떤 것도 신경쓰지 않는체 건반을 누르는 것에 집중했다 그의 손가락은 점점 더 빠르고 정확하게 음을 만들어냈다 그의 손가락이 움직이면서 그의 눈에도 빛이 기들었다 마침내 모든 음들을 엮어낸 손가락이 들어오려졌다 그가 작업을 맞쳤을 때는 이미 몇칠이 지나있었다 곡을 작업하는 동안 그는 어떤한 욕구도 느끼지 않았다 그는 졸음이 느껴지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그의 눈은 빛을 읽었던 모습으로 돌아와 있었다 그가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았다 “아 이제와서야….” 그의 입에서 탄식이 나왔다 그는 두 손을 느러트렷다 그의 눈에서 다시 한번 눈물이 차올랐다 “이제서야…왜! 전해주지도 못한 건데….” 그의 목소리가 축축하게 젖어 갔다 그의 눈물이 그의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그는눈물을 닦을 생각도 하지 않은 채 소리 없이 울었다 과거의 자신을 원망하면서,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면서.눈물에 모든 감정을 담을 듯이 울었다 그의 컴퓨터에서 그가 방금 만들었던 노래가 흘러나왔다 그와는 어울리지 않는 활기차면서도 따뜻한 곡이었다 그는 그 곡을 저장했다 그 곡에 제목은 ‘썬샤인’이었다 그 곡을 부를 가수는 김시우였다 그것이 목적이었던지 그는 더 이상 울지 않았다 그는 모든 것을 털어버린 듯 보였다 삶의 의지 조차도 말이다 그러나 미련은 남아있는 것 같았다 그는 자신의 컴퓨터에 있는 자료들을 삭제했다 그가 만들어둔 모든 것들이 사라졌다 오직 시우를 위한 곡만을 남기고서.그는 자신의 컴퓨터의 비밀번호를 포스트잇에 적어놓았다 누군가 이 곡을 들어주기를 바라면서.지금은 누구에게도 심지어 곡을 주고 싶은 사람에게도 들려줄 수 없는 곡이었다 그렇기에 그는 이 곡이 시우에게 전해지길 바랐다 모든 이들이 이 곡을 듣기를,시우의 목소리로 덮인 그 곡을.그는 가사를 짓는데 소질이 없었다 대분분의 그의 곡들의 가사는 시우가 정해주었다 이번에도 그렇게 되기를.그는 소망했다.이 노래가 들리기를 그래서 위로받기를 자신을 포함해서 말이다. 그가 움직였다 그는 자신을 매달았다 곧 그의 움직임이 완전히 멎졌다 그는 그 어떠한 말도 남기지 않았다 그가 남긴 것이라고는 약속을 지킬 수 있는 노래 한 곡 뿐이었다 약속이 지켜지는 것을 마지막 미련으로 남겨둔채 그는 떠나갔다
나는 그의 눈을 들여다보는 것을 멈추었다 어느 순간 스케치가 끝나고 채색이 끝났다 “손님 그림 완성되었습니다” “네..근데 여긴 어디죠?” “여기는 죽은 자들이 원하는 마지막 모습을 그려주는 가게예요” “성유신 씨는 25살이 되는 해인 2027년 사망하셨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이제 뒤에 보이는 문으로 나가시면 됩니다” 내 안내를 들은 그는 엄한 눈동자를 한채 문으로 걸어갔다 그리고는 망설임없이 문을 열었다 문 밖에서는 새하얀 빛이 쏟아지고 있었다 “고맙습니다 어쩐지 후련한 기분이에요” 그 말을 끝으로 그는 새하얀 빛안으로 걸어들어갔다 그런 그에게 한 가락의 노래가 닿았다 ‘약속이라는 것은 절대적이지 않지만 절대적이예요 너와 나의 약속’ 그가 완전히 모습을 감추었다 나는 내가 그린 그림을 바라보았다 그림 속 그는 눈물을 흘리면서 키보드 건반을 누르고 있었다 나는 그의 미련이 실현되기를 바랐던 것 같았다 실현되지 않더라도 곡은 전달되었으면 했다 이게 그가 상상했던 노래라도 괜찮았다 그가 만든 노래에 그의 친우의 목소리가 섞여 그의 마지막을 배웅하고 있으니깐 말이다
고예(이현진)2025-08-03 21:53
나는 화가다 망자들의 마지막 모습을 그리는,가장 남기고 싶은 모습을 그리는.
내 가게는 항상 망자들이 찾아왔다. 나는 지금 한 손님과 마주앉아있다.나는 캠퍼스 너머로 보이는 그의 모습을 보았다.그는 두 손을 모으고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손님 혹시 고개를 조금만 들어주시겠어요?” 내 말에 그는 머뭇거리다가 고개를 들었다. 그의 눈과 내 눈이 마주쳤다. 나는 그의 눈을 들여다보았다. 그의 검은색 눈은 맑았다. 그러나 죽어있었다. 그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나는 계속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성유신씨 맞으신가요?” 그는 살짝 숙여져있던 고개를 들었다. 잠깐 머뭇거리던 그는 이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유신 님은 어쩌다가 이곳에 오게 되셨나요?” 이번에도 나는 그의 눈을 바라보았다. 그의 눈이 일순간 어둡게 가라앉았다. 그의 입술이 살짝 열렸다. 그가 입술을 달싹이자 그의 입술 사이로 혼탁한 목소리가 새어나왔다.
“그저…용기가 없었을…뿐이에요.” 내 말에 처음으로 그의 대답이 돌아왔다. 나는 캠퍼스에 연필을 그으며 그를 바라보았다. 그는 표정은 변화가 없었다. 그러나 그의 눈에는 촉촉한 습기가 스며들어 있었고 조금 더 반짝였다 여전히 그의 입술은 달싹였다. 나는 가만히 기다려주었다. 그가 다음 말을 이을 수 있게. “나는….나는 용기가 없었어요 그 지옥에서 버틸만한.” 그의 눈과 달리 그의 목소리는 건조함을 담고 있었다. 그는 그 이상 말하지 않았다. 그저 나를 바라보기만 할뿐이었다. 그의 눈은 더 이상 흔들리지 않았다. 그의 눈을 반짝이게 하는 빛은 여전히 있었다. 그의 시선이 나를 지나쳐 허공을 바라보았다. 그의 눈은 한순간 몽롱해졌다. 그는 다시 입을 열었다. “이렇게 말하면 사람들은 말해요 그래도 버텼어야지,너만 힘든 것 같아,조금만 더 버티자 라고요.” 잠시 한숨을 쉬 듯 숨을 내쉰 그는 말을 이었다. “하지만 때로는 도피처가 될 수 있어요 사람들은 망각하는 것 같지만 말이에요 저도 그것이 간절했을 뿐이예요. 저만 힘들지 않다고요? 그건 저도 알고 있어요. 근데 대신 겪어 줄 것도 아니면서 말한 하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잖아요.” 눈은 그 사람이 보는 것을 모두 볼 수 있다. 그렇기에 나는 그의 눈을 들여다보았다. 그의 안에서 소용돌이 치는 것들을 찾아서 그의 그림들의 재료를 찾아서.그의 이야기가 시작하려고 하고 있었다.
그의 어린시절은 평범하지는 않았다. 그가 어렸을때 그는 보육원 앞에 버려졌다. 어린 그는 어렸기에 눈치가 빨랐다 그렇기에 본능적으로 느꼈다. 부모님이 자신을 찾아오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그렇지만 그는 그들을 원망하지 않았다. “미안해..정말 미안해…” 그들의 목소리는 젖어 있었다. 표정 역시 일그러져 있었다.그러나 그들의 눈은 젖어 있었지만 선명하게 빛나고 있었다. 그는 그들을 보고 미소지었다. 그의 미소에 그들은 시선을 피해버렸다. 그리고 그에게 인형 하나를 안겨주었다. “이제 이 인형이 엄마 아빠라고 생각해.” 그들은 그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그는 그들의 손을 잡았다 힘을 주지 않고 손이 떨어지지 않을 정도로만 힘을 주었다. 건물 안으로 들어가자 어른들이 그를 반겼다. 그는 웃음을 띤 채 제게 다가오는 이들을 보았다. 또한 그는 자신의 손을 잡고 있던 손이 풀리는 것을 보았고 자신의 등을 미는 손을 느꼈다. 그는 자신을 보고 웃고 있는 이들에게 다가갔다. 다가가는 동안 그는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그 후의 일은 빠르게 지나갔다. 그들이 건물을 빠져나가는 순간 그는 그들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그들은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그가 그들을 등지고 다른 이들에게 다가갔던 때처럼. 그는 그들의 뒷모습을 쳐다보았다. 계속해서 그를 바라보았다. 그들이 뒤를 바라보지 않더라도.희미한 웃음을 걸친 채.그저 점점 멀어지는 그들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들에게 뛰어가지 않고서.그들이 떠났어도 그의 어린시절은 불행하지 않았다. 선생님들은 그를 아껴주었고 동생,형,누나들도 그를 좋아했으니깐. 그는 그들을 가족으로 여겼다. 피가 섞이지 않았더라도 즐거웠다.그에게는 음악에 재능이 있었다. 아직도 그는 생생하게 기억했다. 그날 그는 친구의 등살에 떠밀려 친구가 다니는 피아노 학원에 가게 되었다. 그런 그를 학원 선생님은 친절히 맞아주었다. 친구가 피아노를 치기 시작했다. 친구가 피아노를 치는 것을 구경하던 그는 피아노를 쳐보게 되었다. 처음 피아노를 쳐보는 그는 헤맸다. 그런 그를 친구가 도와주었다. 그는 친구의 도움을 받아 띠엄띠엄 피아노에 대해 배웠다. 3시간 밖에 안되는 시간이었지만 그는 피아노에 대해 알게 되었다. 학교에서 계이름과 노래를 배운 적은 있지만 피아노를 직접 펴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그 후로도 그는 자주 친구와 함께 피아노 학원에 놀러갔다. 그렇게 그는 피아노 학원을 다니게 되었다. 처음에는 겨우 치던 비행기도 이제는 더 잘 칠 수 있었다. 그가 피아노 학원에 올 때면 그는 항상 웃고 있었다. 그의 피아노 실력은 점점 늘어갔다. 그러면서 그는 작곡에도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그는 피아노를 치면서 마음에 드는 음을 찾기도 하고 그 음들을 연결하기도 하였다. 그는 피아노로 자신만의 소리를 만드는 것이 좋았다. 선생님은 그런 그에게 예중을 다니는 것이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그는 고민하다가 예중 시험을 보게 되었다. 시험을 보고자 한 그를 위해 선생님은 특별 레슨을 해주셨다. 그는 시간이 나는 대로 연습에 매진하며 그는 하루종일 학원에서 살았다. 그의 손가락이 건반을 때릴때마다 고운 소리가 들렸다. 그가 고른 자유곡은 모차르트 피아노 소나타 NO.12 F장조K,332-1이었다. 맑고 투명한 음으로 시작해 스타카토를 사용하여 경쾌한 분위기를 만들면서 레카토가 사용하여 우아함을 드러내는 곡이었다. 그의 손끝이 첫음을 시작했다. 경쾌한 음이 시작을 알렸다. 곧 우아한 음이 어우러졌다. 일정한 속도로 연결되는 음들은 경쾌하고 춤추는 듯한 소리가 되어 울려퍼졌다. 그의 손가락은 거침없이 움직였다. 건반을 누비는 그의 손가락의 움직임과 함께 피아노 소리가 울렸다. 그의 손가락은 마치 마법을 부리듯이 소리를 연결시켜갔다. 이내 그의 손가락이 멈춘 것과 동시에 시험장 안을 채우던 피아노 소리도 함께 멈추었다. 그 후에 그는 지정곡 연주를 마저 하며 실기를 끝냈다. 시험장을 벗어나는 그의 뒷모습은 아쉬움이 엿보인 듯했다. 그는 결국 예중에 합격하게 되었다 아직 쌀쌀함이 감도는 3월 그는 중학교에 입학하게 되었다. 그는 보육원을 나와 기숙사로 들어가게 되었다. 그가 배정받은 기숙사는 302호였다. 그가 기숙사로 들어가자 그와 방을 함께 쓰게 될 룸메이트가 먼저 들어와 있었다. “안녕 난 김시우야! 넌 이름이 뭐야?” 시우는 그에게 말을 걸었다. “나는 상유신이야.” “오 예쁜이름이네? 앞으로 잘 부탁해!!” 그 둘은 룸메이트에서 절친이 되었다. 그 둘의 전공은 아쉽게도 달랐다. “아 전공이 다르네..난 실용 음악 전공인데.. 너무 아쉬워!!” 시우는 가수가 꿈이었다. 그렇기에 실용 음악과에 들어갔다. “와 넌 작곡과니까 나중에 나 곡 하나 써주라!!” “그럴게.” 둘은 그렇게 약속을 했다. 그 약속은 그 둘이 중학교를 졸업하고 대학교를 갈때까지 계속해서 그 둘의 기억 속에 존재했다. 그는 시우와 연락을 하고 지내면서 사회에 나가게 되었다. 처음에는 그는 이렇다할 곡을 내지 못했다. 대중이 원하는 음악은 그가 학교에서 배운 작곡과는 많은 차이가 있었다. 그러나 그는 대중음악 작곡에 대해서도 공부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시우와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대중음악이란 것은 생각보다 다양하면서도 기본 틀이 존재하는 것 같았다. 시간이 지나면서 그는 곡 한곡을 만들었다. 그의 첫 곡은 한 중소엔터테이먼트 아이돌의 앨범의 수록곡이 되었다. 처음 시작은 수록곡이었으나 사람들은 그의 노래를 듣게 되었다. 자신의 곡이 세상에 나오는 순간을 지켜보았다. 그의 표졍은 변화가 없는 것처럼 보였으나 그의 눈만큼은 반짝였다. 그의 곡이 TV화면을 통해 흘러나왔다. 그것을 들은 그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눈물을 흘렸다. 지금까지 해온 수많은 시행착오들이 사라지는 것 같았다. 그는 시우에게 곡을 줄 수 있을 때까지 실력을 높이고자 하였다. 그의 귀에는 자신의 곡이 들렸다. 그 곡 위에 입혀질 시유의 목소리를 생각했다. 그의 손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따뜻하면서도 명료한 음이 연결되었다. 그의 손은 건반을 지나치고 눌렸다. 건반을 휘졌던 그의 손이 돌연 멈추었다. 그의 눈이 자신이 만들어놓은 트랙으로 향했다. 그의 귀는 그 트랙에서 재생된 음을 들었다. 멈추었던 그의 손이 트랙을 지워버렸다. 그는 몇번이고 트랙을 지우고 수정했다. 그는 신경질적으로 컴퓨터를 껐다 시우에게 줄 곡이 써지지 않았다. 다른 곡들은 잘만 써졌지만.시우는 그런 그에게 천천히 써도 된다고 말해주었다. 그럴때마다 그는 건반 앞에 앉아있는 시간이 길어졌다. 그의 귀는 밤이 늦도록 음을 들었다. 지금까지 수많은 음을 연결하였다. 그러나 결국 그의 손은 그 트랙들을 지웠다. 다른 곡들은 잘도 음이 연결되었다. 옥계 띠처럼 엉키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머리를 헝그러트렸다. 그는 침대에 쓰러지듯 누웠다. 그러다 그는 잠이 들었다. 그가 눈을 떴을 때 그의 세상이 변해 버렸다는 것을 알지 못한채. 고요한 방에 핸드폰이 울리는 소리가 들렸다. 진동소리는 멈출 줄 몰랐다 울리는 그 소리에 그의 눈이 조용히 떠졌다. 그의 시선이 핸드폰으로 향했다. 그가 손을 뻗었다. 그의 눈에 수많은 메시지함과 부제중을 확인했다. 그는 그 중 제일 최근의 것을 눌렸다. 업계 지인이었다. 메시지를 읽던 그는 벌떡 상체를 일으켰다. “표절이라니…?” 그의 표정이 굳었다. 그의 손가락이 재빠르게 글자를 써내려 갔다. 실시간 검색어가 그의 눈에 들어왔다, ‘작곡가 성유신 표절’ “이게 무슨? ” 그는 그 검은어를 눌렀다. 로딩 중인 화면에 그의 얼굴이 비쳤다. 그의 얼굴은 새하얗게 질려 있었다. 곧 기사가 열렸다. 그의 시선이 빠르게 글을 읽어내려갔다. ‘작곡가 성유신 유명 작곡가 김솔이 곡 표절 논란….그가 난 곡과 솔이가 낸 곡의 도입부를 포함한 구조가 비슷….이에 대중들은 그를 비난하며 사죄를….’ 그의 손이 잘게 떨렸다. 그의 심장박동 또한 빨라졌다. 그는 핸드폰을 놓쳤다. 툭 핸드폰이 바닥과 부딪히면서 그 소음이 발생했다. 그 와중에도 그의 폰은 미친듯이 울리기 시작했다. 그와 작업을 함께 했던 또는 할 사람들이었다. 모두가 그와 관계를 끊고자 했다. ‘표절이라니 무섭다..,’ ‘그렇게 안 봤는데 실망인걸..’ ‘이제 성유신은 끝일려나? 뮈 끝이겠지…’ ‘건드려도 하필 김솔미를 건드리냐….’ ‘쯧쯧 지팔자 지가 꼰거지 뭐…’ ‘자업자득이지…’ “아니야..난 표절하지 않았어…난 아니야!” ‘쯧 끝까지 변명이네 이미 끝났는데…’ ‘그러니깐 솔미가 곡이 더 먼저 올라왔던데…곡도 똑같고…’ 다들 그냥 인정하면 좋을 텐데 변명이 많네...‘ “난 진짜 아니야..그건 내가 먼저 냈어…” 모두가 그를 욕했다 아마도 그를 믿어 주지 않았다 “시우야..나 정말 억울해…제발 믿어줘.,.””유신이 솔직히 말해줘….” “네가 그런 사람인줄 몰랐어..다시 연락하지 말아줘” “시우야? 시우야!” 심지어 시우조차도. 그는 머리가 아팠다. 눈 앞이 핑 돌았다. “왜 나를 믿어주지 않는 거야? “ “시우야 너만은 나를 믿어줘야 하잖아……” 그의 뺨을 타고 눈물이 흘러내렸다. 뚝뚝 눈물이 흘러내려 바닥을 적셨다. 그의 방안에는 울음소리가 울렸다. 그는 한참을 울었다. ‘앜 성유신 겁나 못해 ㅋㅋ’ ‘아 조용히 해’ ‘그러게 형에게 덤비냐?’’누가 형이야!’ 그때 시우는 짜증 내는 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과거에는 짜증 났는데 지금은 그때로 돌아가고 싶었다. 눈물이 말라버린 그의 눈은 검은색으로 죽어있었다. 창문으로 햇빛이 들어왔지만 그의 눈에는 빛이 실리지 않았다. 그는 빛이 들어오는 방에서 멍하니 허공을 부유하는 것들을 바라보았다. 빛을 받아 하얀색으로 빛나면서 떠다니고있었다. 그의 시선이 그것들을 따라 움직였다. 느리지만 분명히.그러다 그의 시선은 키보드 앞에서 멈추었다. 그가 작곡을 하면서 사용하는 그 키보드였다. 키보드를 보는 그의 눈은 자그마한 빛이 맴돌았다. 그는 천천히 일어섰다. 그리고서는 책상으로 다가갔다. 키보드를 쓸어보던 그는 결국 다시 한번 주저앉았다 이 상황에서도 그는 건반을 치고 싶었다. 그는 의사를 빼고 책상에 않았다. 지이잉 컴퓨터 전원이 켜진다. 그는 로딩화면을 바로보았다. 곧 컴퓨터화면이 켜졌다. 그는 마우스를 움직여 음악 프로그램을 켰다. 마치 홀린 것 같은 자연스러운 움직임이었다. 그는 키보드의 건반에 손을 올렸다. 그의 손가락이 느릿하게 건반을 눌렀다. 띵 하고 피아노 소리가 울렸다. 그 소리를 시작으로 그의 손가락이 느릇하게 그러나 연속해서 움직였다. 그의 손가락이 음을 만들어나갔다. 때로는 밝은 소리,때로는 둔탁한 소리가 섞여 들어갔다. 그는 다른 어떤 것도 신경쓰지 않는체 건반을 누르는 것에 집중했다. 그의 손가락은 점점 더 빠르고 정확하게 음을 만들어냈다. 그의 손가락이 움직이면서 그의 눈에도 빛이 깃들었다. 마침내 모든 음들을 엮어낸 손가락이 들려올려졌다. 그가 작업을 맞쳤을 때는 이미 몇칠이 지나있었다. 곡을 작업하는 동안 그는 어떠한 욕구도 느끼지 않았다. 그는 졸음이 느껴지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그의 눈은 빛을 읽었던 모습으로 돌아와 있었다. 그가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았다. “아 이제와서야….” 그의 입에서 탄식이 나왔다
그는 두 손을 늘어뜨렸다. 그의 눈에서 다시 한번 눈물이 차올랐다. “이제서야…왜! 전해주지도 못한 건데….” 그의 목소리가 축축하게 젖어 갔다. 그의 눈물이 그의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그는눈물을 닦을 생각도 하지 않은 채 소리 없이 울었다. 과거의 자신을 원망하면서,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면서.눈물에 모든 감정을 담을 듯이 울었다. 그의 컴퓨터에서 그가 방금 만들었던 노래가 흘러나왔다. 그와는 어울리지 않는 활기차면서도 따뜻한 곡이었다. 그는 그 곡을 저장했다. 그 곡에 제목은 ‘썬샤인’이었다. 그 곡을 부를 가수는 김시우였다. 그것이 목적이었던지 그는 더 이상 울지 않았다. 그는 모든 것을 털어버린 듯 보였다. 삶의 의지 조차도 말이다. 그러나 미련은 남아있는 것 같았다. 그는 자신의 컴퓨터에 있는 자료들을 삭제했다. 그가 만들어둔 모든 것들이 사라졌다. 오직 시우를 위한 곡만을 남기고서.그는 자신의 컴퓨터의 비밀번호를 포스트잇에 적어놓았다. 누군가 이 곡을 들어주기를 바라면서.지금은 누구에게도 심지어 곡을 주고 싶은 사람에게도 들려줄 수 없는 곡이었다. 그렇기에 그는 이 곡이 시우에게 전해지길 바랐다. 모든 이들이 이 곡을 듣기를,시우의 목소리로 덮인 그 곡을.그는 가사를 짓는데 소질이 없었다. 대분분의 그의 곡들의 가사는 시우가 정해주었다. 이번에도 그렇게 되기를.그는 소망했다.이 노래가 들리기를 그래서 위로받기를 자신을 포함해서 말이다. 그가 움직였다. 그는 자신을 매달았다. 곧 그의 움직임이 완전히 멎졌다. 그는 그 어떠한 말도 남기지 않았다. 그가 남긴 것이라고는 약속을 지킬 수 있는 노래 한 곡 뿐이었다. 약속이 지켜지는 것을 마지막 미련으로 남겨둔채 그는 떠나갔다.
나는 그의 눈을 들여다보는 것을 멈추었다. 어느 순간 스케치가 끝나고 채색이 끝났다. “손님 그림 완성되었습니다.” “네..근데 여긴 어디죠?” “여기는 죽은 자들이 원하는 마지막 모습을 그려주는 가게예요.” “성유신 씨는 25살이 되는 해인 2027년 사망하셨습니다.수고하셨습니다. 이제 뒤에 보이는 문으로 나가시면 됩니다.” 내 안내를 들은 그는 엄한 눈동자를 한채 문으로 걸어갔다. 그리고는 망설임없이 문을 열었다. 문 밖에서는 새하얀 빛이 쏟아지고 있었다. “고맙습니다. 어쩐지 후련한 기분이에요.” 그 말을 끝으로 그는 새하얀 빛안으로 걸어들어갔다. 그런 그에게 한 가락의 노래가 닿았다. ‘약속이라는 것은 절대적이지 않지만 절대적이예요. 너와 나의 약속’ 그가 완전히 모습을 감추었다. 나는 내가 그린 그림을 바라보았다. 그림 속 그는 눈물을 흘리면서 키보드 건반을 누르고 있었다. 나는 그의 미련이 실현되기를 바랐던 것 같았다. 실현되지 않더라도 곡은 전달되었으면 했다. 이게 그가 상상했던 노래라도 괜찮았다. 그가 만든 노래에 그의 친우의 목소리가 섞여 그의 마지막을 배웅하고 있으니깐 말이다.
맞춤법과 마침표써서 다시 올립니다
내 가게는 항상 망자들이 찾아왔다. 나는 지금 한 손님과 마주앉아있다.나는 캠퍼스 너머로 보이는 그의 모습을 보았다.그는 두 손을 모으고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손님 혹시 고개를 조금만 들어주시겠어요?” 내 말에 그는 머뭇거리다가 고개를 들었다. 그의 눈과 내 눈이 마주쳤다. 나는 그의 눈을 들여다보았다. 그의 검은색 눈은 맑았다. 그러나 죽어있었다. 그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나는 계속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성유신씨 맞으신가요?” 그는 살짝 숙여져있던 고개를 들었다. 잠깐 머뭇거리던 그는 이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유신 님은 어쩌다가 이곳에 오게 되셨나요?” 이번에도 나는 그의 눈을 바라보았다. 그의 눈이 일순간 어둡게 가라앉았다. 그의 입술이 살짝 열렸다. 그가 입술을 달싹이자 그의 입술 사이로 혼탁한 목소리가 새어나왔다.
“그저…용기가 없었을…뿐이에요.” 내 말에 처음으로 그의 대답이 돌아왔다. 나는 캠퍼스에 연필을 그으며 그를 바라보았다. 그는 표정은 변화가 없었다. 그러나 그의 눈에는 촉촉한 습기가 스며들어 있었고 조금 더 반짝였다 여전히 그의 입술은 달싹였다. 나는 가만히 기다려주었다. 그가 다음 말을 이을 수 있게. “나는….나는 용기가 없었어요 그 지옥에서 버틸만한.” 그의 눈과 달리 그의 목소리는 건조함을 담고 있었다. 그는 그 이상 말하지 않았다. 그저 나를 바라보기만 할뿐이었다. 그의 눈은 더 이상 흔들리지 않았다. 그의 눈을 반짝이게 하는 빛은 여전히 있었다. 그의 시선이 나를 지나쳐 허공을 바라보았다. 그의 눈은 한순간 몽롱해졌다. 그는 다시 입을 열었다. “이렇게 말하면 사람들은 말해요 그래도 버텼어야지,너만 힘든 것 같아,조금만 더 버티자 라고요.” 잠시 한숨을 쉬 듯 숨을 내쉰 그는 말을 이었다. “하지만 때로는 도피처가 될 수 있어요 사람들은 망각하는 것 같지만 말이에요 저도 그것이 간절했을 뿐이예요. 저만 힘들지 않다고요? 그건 저도 알고 있어요. 근데 대신 겪어 줄 것도 아니면서 말한 하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잖아요.” 눈은 그 사람이 보는 것을 모두 볼 수 있다. 그렇기에 나는 그의 눈을 들여다보았다. 그의 안에서 소용돌이 치는 것들을 찾아서 그의 그림들의 재료를 찾아서.그의 이야기가 시작하려고 하고 있었다.
그의 어린시절은 평범하지는 않았다. 그가 어렸을때 그는 보육원 앞에 버려졌다. 어린 그는 어렸기에 눈치가 빨랐다 그렇기에 본능적으로 느꼈다. 부모님이 자신을 찾아오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그렇지만 그는 그들을 원망하지 않았다. “미안해..정말 미안해…” 그들의 목소리는 젖어 있었다. 표정 역시 일그러져 있었다.그러나 그들의 눈은 젖어 있었지만 선명하게 빛나고 있었다. 그는 그들을 보고 미소지었다. 그의 미소에 그들은 시선을 피해버렸다. 그리고 그에게 인형 하나를 안겨주었다. “이제 이 인형이 엄마 아빠라고 생각해.” 그들은 그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그는 그들의 손을 잡았다 힘을 주지 않고 손이 떨어지지 않을 정도로만 힘을 주었다. 건물 안으로 들어가자 어른들이 그를 반겼다. 그는 웃음을 띤 채 제게 다가오는 이들을 보았다. 또한 그는 자신의 손을 잡고 있던 손이 풀리는 것을 보았고 자신의 등을 미는 손을 느꼈다. 그는 자신을 보고 웃고 있는 이들에게 다가갔다. 다가가는 동안 그는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그 후의 일은 빠르게 지나갔다. 그들이 건물을 빠져나가는 순간 그는 그들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그들은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그가 그들을 등지고 다른 이들에게 다가갔던 때처럼. 그는 그들의 뒷모습을 쳐다보았다. 계속해서 그를 바라보았다. 그들이 뒤를 바라보지 않더라도.희미한 웃음을 걸친 채.그저 점점 멀어지는 그들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들에게 뛰어가지 않고서.그들이 떠났어도 그의 어린시절은 불행하지 않았다. 선생님들은 그를 아껴주었고 동생,형,누나들도 그를 좋아했으니깐. 그는 그들을 가족으로 여겼다. 피가 섞이지 않았더라도 즐거웠다.그에게는 음악에 재능이 있었다. 아직도 그는 생생하게 기억했다. 그날 그는 친구의 등살에 떠밀려 친구가 다니는 피아노 학원에 가게 되었다. 그런 그를 학원 선생님은 친절히 맞아주었다. 친구가 피아노를 치기 시작했다. 친구가 피아노를 치는 것을 구경하던 그는 피아노를 쳐보게 되었다. 처음 피아노를 쳐보는 그는 헤맸다. 그런 그를 친구가 도와주었다. 그는 친구의 도움을 받아 띠엄띠엄 피아노에 대해 배웠다. 3시간 밖에 안되는 시간이었지만 그는 피아노에 대해 알게 되었다. 학교에서 계이름과 노래를 배운 적은 있지만 피아노를 직접 펴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그 후로도 그는 자주 친구와 함께 피아노 학원에 놀러갔다. 그렇게 그는 피아노 학원을 다니게 되었다. 처음에는 겨우 치던 비행기도 이제는 더 잘 칠 수 있었다. 그가 피아노 학원에 올 때면 그는 항상 웃고 있었다. 그의 피아노 실력은 점점 늘어갔다. 그러면서 그는 작곡에도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그는 피아노를 치면서 마음에 드는 음을 찾기도 하고 그 음들을 연결하기도 하였다. 그는 피아노로 자신만의 소리를 만드는 것이 좋았다. 선생님은 그런 그에게 예중을 다니는 것이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그는 고민하다가 예중 시험을 보게 되었다. 시험을 보고자 한 그를 위해 선생님은 특별 레슨을 해주셨다. 그는 시간이 나는 대로 연습에 매진하며 그는 하루종일 학원에서 살았다. 그의 손가락이 건반을 때릴때마다 고운 소리가 들렸다. 그가 고른 자유곡은 모차르트 피아노 소나타 NO.12 F장조K,332-1이었다. 맑고 투명한 음으로 시작해 스타카토를 사용하여 경쾌한 분위기를 만들면서 레카토가 사용하여 우아함을 드러내는 곡이었다. 그의 손끝이 첫음을 시작했다. 경쾌한 음이 시작을 알렸다. 곧 우아한 음이 어우러졌다. 일정한 속도로 연결되는 음들은 경쾌하고 춤추는 듯한 소리가 되어 울려퍼졌다. 그의 손가락은 거침없이 움직였다. 건반을 누비는 그의 손가락의 움직임과 함께 피아노 소리가 울렸다. 그의 손가락은 마치 마법을 부리듯이 소리를 연결시켜갔다. 이내 그의 손가락이 멈춘 것과 동시에 시험장 안을 채우던 피아노 소리도 함께 멈추었다. 그 후에 그는 지정곡 연주를 마저 하며 실기를 끝냈다. 시험장을 벗어나는 그의 뒷모습은 아쉬움이 엿보인 듯했다. 그는 결국 예중에 합격하게 되었다 아직 쌀쌀함이 감도는 3월 그는 중학교에 입학하게 되었다. 그는 보육원을 나와 기숙사로 들어가게 되었다. 그가 배정받은 기숙사는 302호였다. 그가 기숙사로 들어가자 그와 방을 함께 쓰게 될 룸메이트가 먼저 들어와 있었다. “안녕 난 김시우야! 넌 이름이 뭐야?” 시우는 그에게 말을 걸었다. “나는 상유신이야.” “오 예쁜이름이네? 앞으로 잘 부탁해!!” 그 둘은 룸메이트에서 절친이 되었다. 그 둘의 전공은 아쉽게도 달랐다. “아 전공이 다르네..난 실용 음악 전공인데.. 너무 아쉬워!!” 시우는 가수가 꿈이었다. 그렇기에 실용 음악과에 들어갔다. “와 넌 작곡과니까 나중에 나 곡 하나 써주라!!” “그럴게.” 둘은 그렇게 약속을 했다. 그 약속은 그 둘이 중학교를 졸업하고 대학교를 갈때까지 계속해서 그 둘의 기억 속에 존재했다. 그는 시우와 연락을 하고 지내면서 사회에 나가게 되었다. 처음에는 그는 이렇다할 곡을 내지 못했다. 대중이 원하는 음악은 그가 학교에서 배운 작곡과는 많은 차이가 있었다. 그러나 그는 대중음악 작곡에 대해서도 공부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시우와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대중음악이란 것은 생각보다 다양하면서도 기본 틀이 존재하는 것 같았다. 시간이 지나면서 그는 곡 한곡을 만들었다. 그의 첫 곡은 한 중소엔터테이먼트 아이돌의 앨범의 수록곡이 되었다. 처음 시작은 수록곡이었으나 사람들은 그의 노래를 듣게 되었다. 자신의 곡이 세상에 나오는 순간을 지켜보았다. 그의 표졍은 변화가 없는 것처럼 보였으나 그의 눈만큼은 반짝였다. 그의 곡이 TV화면을 통해 흘러나왔다. 그것을 들은 그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눈물을 흘렸다. 지금까지 해온 수많은 시행착오들이 사라지는 것 같았다. 그는 시우에게 곡을 줄 수 있을 때까지 실력을 높이고자 하였다. 그의 귀에는 자신의 곡이 들렸다. 그 곡 위에 입혀질 시유의 목소리를 생각했다. 그의 손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따뜻하면서도 명료한 음이 연결되었다. 그의 손은 건반을 지나치고 눌렸다. 건반을 휘졌던 그의 손이 돌연 멈추었다. 그의 눈이 자신이 만들어놓은 트랙으로 향했다. 그의 귀는 그 트랙에서 재생된 음을 들었다. 멈추었던 그의 손이 트랙을 지워버렸다. 그는 몇번이고 트랙을 지우고 수정했다. 그는 신경질적으로 컴퓨터를 껐다 시우에게 줄 곡이 써지지 않았다. 다른 곡들은 잘만 써졌지만.시우는 그런 그에게 천천히 써도 된다고 말해주었다. 그럴때마다 그는 건반 앞에 앉아있는 시간이 길어졌다. 그의 귀는 밤이 늦도록 음을 들었다. 지금까지 수많은 음을 연결하였다. 그러나 결국 그의 손은 그 트랙들을 지웠다. 다른 곡들은 잘도 음이 연결되었다. 옥계 띠처럼 엉키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머리를 헝그러트렸다. 그는 침대에 쓰러지듯 누웠다. 그러다 그는 잠이 들었다. 그가 눈을 떴을 때 그의 세상이 변해 버렸다는 것을 알지 못한채. 고요한 방에 핸드폰이 울리는 소리가 들렸다. 진동소리는 멈출 줄 몰랐다 울리는 그 소리에 그의 눈이 조용히 떠졌다. 그의 시선이 핸드폰으로 향했다. 그가 손을 뻗었다. 그의 눈에 수많은 메시지함과 부제중을 확인했다. 그는 그 중 제일 최근의 것을 눌렸다. 업계 지인이었다. 메시지를 읽던 그는 벌떡 상체를 일으켰다. “표절이라니…?” 그의 표정이 굳었다. 그의 손가락이 재빠르게 글자를 써내려 갔다. 실시간 검색어가 그의 눈에 들어왔다, ‘작곡가 성유신 표절’ “이게 무슨? ” 그는 그 검은어를 눌렀다. 로딩 중인 화면에 그의 얼굴이 비쳤다. 그의 얼굴은 새하얗게 질려 있었다. 곧 기사가 열렸다. 그의 시선이 빠르게 글을 읽어내려갔다. ‘작곡가 성유신 유명 작곡가 김솔이 곡 표절 논란….그가 난 곡과 솔이가 낸 곡의 도입부를 포함한 구조가 비슷….이에 대중들은 그를 비난하며 사죄를….’ 그의 손이 잘게 떨렸다. 그의 심장박동 또한 빨라졌다. 그는 핸드폰을 놓쳤다. 툭 핸드폰이 바닥과 부딪히면서 그 소음이 발생했다. 그 와중에도 그의 폰은 미친듯이 울리기 시작했다. 그와 작업을 함께 했던 또는 할 사람들이었다. 모두가 그와 관계를 끊고자 했다. ‘표절이라니 무섭다..,’ ‘그렇게 안 봤는데 실망인걸..’ ‘이제 성유신은 끝일려나? 뮈 끝이겠지…’ ‘건드려도 하필 김솔미를 건드리냐….’ ‘쯧쯧 지팔자 지가 꼰거지 뭐…’ ‘자업자득이지…’ “아니야..난 표절하지 않았어…난 아니야!” ‘쯧 끝까지 변명이네 이미 끝났는데…’ ‘그러니깐 솔미가 곡이 더 먼저 올라왔던데…곡도 똑같고…’ 다들 그냥 인정하면 좋을 텐데 변명이 많네...‘ “난 진짜 아니야..그건 내가 먼저 냈어…” 모두가 그를 욕했다 아마도 그를 믿어 주지 않았다 “시우야..나 정말 억울해…제발 믿어줘.,.””유신이 솔직히 말해줘….” “네가 그런 사람인줄 몰랐어..다시 연락하지 말아줘” “시우야? 시우야!” 심지어 시우조차도. 그는 머리가 아팠다. 눈 앞이 핑 돌았다. “왜 나를 믿어주지 않는 거야? “ “시우야 너만은 나를 믿어줘야 하잖아……” 그의 뺨을 타고 눈물이 흘러내렸다. 뚝뚝 눈물이 흘러내려 바닥을 적셨다. 그의 방안에는 울음소리가 울렸다. 그는 한참을 울었다. ‘앜 성유신 겁나 못해 ㅋㅋ’ ‘아 조용히 해’ ‘그러게 형에게 덤비냐?’’누가 형이야!’ 그때 시우는 짜증 내는 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과거에는 짜증 났는데 지금은 그때로 돌아가고 싶었다. 눈물이 말라버린 그의 눈은 검은색으로 죽어있었다. 창문으로 햇빛이 들어왔지만 그의 눈에는 빛이 실리지 않았다. 그는 빛이 들어오는 방에서 멍하니 허공을 부유하는 것들을 바라보았다. 빛을 받아 하얀색으로 빛나면서 떠다니고있었다. 그의 시선이 그것들을 따라 움직였다. 느리지만 분명히.그러다 그의 시선은 키보드 앞에서 멈추었다. 그가 작곡을 하면서 사용하는 그 키보드였다. 키보드를 보는 그의 눈은 자그마한 빛이 맴돌았다. 그는 천천히 일어섰다. 그리고서는 책상으로 다가갔다. 키보드를 쓸어보던 그는 결국 다시 한번 주저앉았다 이 상황에서도 그는 건반을 치고 싶었다. 그는 의사를 빼고 책상에 않았다. 지이잉 컴퓨터 전원이 켜진다. 그는 로딩화면을 바로보았다. 곧 컴퓨터화면이 켜졌다. 그는 마우스를 움직여 음악 프로그램을 켰다. 마치 홀린 것 같은 자연스러운 움직임이었다. 그는 키보드의 건반에 손을 올렸다. 그의 손가락이 느릿하게 건반을 눌렀다. 띵 하고 피아노 소리가 울렸다. 그 소리를 시작으로 그의 손가락이 느릇하게 그러나 연속해서 움직였다. 그의 손가락이 음을 만들어나갔다. 때로는 밝은 소리,때로는 둔탁한 소리가 섞여 들어갔다. 그는 다른 어떤 것도 신경쓰지 않는체 건반을 누르는 것에 집중했다. 그의 손가락은 점점 더 빠르고 정확하게 음을 만들어냈다. 그의 손가락이 움직이면서 그의 눈에도 빛이 깃들었다. 마침내 모든 음들을 엮어낸 손가락이 들려올려졌다. 그가 작업을 맞쳤을 때는 이미 몇칠이 지나있었다. 곡을 작업하는 동안 그는 어떠한 욕구도 느끼지 않았다. 그는 졸음이 느껴지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그의 눈은 빛을 읽었던 모습으로 돌아와 있었다. 그가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았다. “아 이제와서야….” 그의 입에서 탄식이 나왔다
그는 두 손을 늘어뜨렸다. 그의 눈에서 다시 한번 눈물이 차올랐다. “이제서야…왜! 전해주지도 못한 건데….” 그의 목소리가 축축하게 젖어 갔다. 그의 눈물이 그의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그는눈물을 닦을 생각도 하지 않은 채 소리 없이 울었다. 과거의 자신을 원망하면서,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면서.눈물에 모든 감정을 담을 듯이 울었다. 그의 컴퓨터에서 그가 방금 만들었던 노래가 흘러나왔다. 그와는 어울리지 않는 활기차면서도 따뜻한 곡이었다. 그는 그 곡을 저장했다. 그 곡에 제목은 ‘썬샤인’이었다. 그 곡을 부를 가수는 김시우였다. 그것이 목적이었던지 그는 더 이상 울지 않았다. 그는 모든 것을 털어버린 듯 보였다. 삶의 의지 조차도 말이다. 그러나 미련은 남아있는 것 같았다. 그는 자신의 컴퓨터에 있는 자료들을 삭제했다. 그가 만들어둔 모든 것들이 사라졌다. 오직 시우를 위한 곡만을 남기고서.그는 자신의 컴퓨터의 비밀번호를 포스트잇에 적어놓았다. 누군가 이 곡을 들어주기를 바라면서.지금은 누구에게도 심지어 곡을 주고 싶은 사람에게도 들려줄 수 없는 곡이었다. 그렇기에 그는 이 곡이 시우에게 전해지길 바랐다. 모든 이들이 이 곡을 듣기를,시우의 목소리로 덮인 그 곡을.그는 가사를 짓는데 소질이 없었다. 대분분의 그의 곡들의 가사는 시우가 정해주었다. 이번에도 그렇게 되기를.그는 소망했다.이 노래가 들리기를 그래서 위로받기를 자신을 포함해서 말이다. 그가 움직였다. 그는 자신을 매달았다. 곧 그의 움직임이 완전히 멎졌다. 그는 그 어떠한 말도 남기지 않았다. 그가 남긴 것이라고는 약속을 지킬 수 있는 노래 한 곡 뿐이었다. 약속이 지켜지는 것을 마지막 미련으로 남겨둔채 그는 떠나갔다.
나는 그의 눈을 들여다보는 것을 멈추었다. 어느 순간 스케치가 끝나고 채색이 끝났다. “손님 그림 완성되었습니다.” “네..근데 여긴 어디죠?” “여기는 죽은 자들이 원하는 마지막 모습을 그려주는 가게예요.” “성유신 씨는 25살이 되는 해인 2027년 사망하셨습니다.수고하셨습니다. 이제 뒤에 보이는 문으로 나가시면 됩니다.” 내 안내를 들은 그는 엄한 눈동자를 한채 문으로 걸어갔다. 그리고는 망설임없이 문을 열었다. 문 밖에서는 새하얀 빛이 쏟아지고 있었다. “고맙습니다. 어쩐지 후련한 기분이에요.” 그 말을 끝으로 그는 새하얀 빛안으로 걸어들어갔다. 그런 그에게 한 가락의 노래가 닿았다. ‘약속이라는 것은 절대적이지 않지만 절대적이예요. 너와 나의 약속’ 그가 완전히 모습을 감추었다. 나는 내가 그린 그림을 바라보았다. 그림 속 그는 눈물을 흘리면서 키보드 건반을 누르고 있었다. 나는 그의 미련이 실현되기를 바랐던 것 같았다. 실현되지 않더라도 곡은 전달되었으면 했다. 이게 그가 상상했던 노래라도 괜찮았다. 그가 만든 노래에 그의 친우의 목소리가 섞여 그의 마지막을 배웅하고 있으니깐 말이다.
맞춤법과 마침표써서 다시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