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하나님, 이번엔 정말 출발할 수 있는 거 맞죠?"
마지막이라고 생각한 6번째 시도 끝에 드디어 산티아고 순례길에 오른 40년 현직 목사!
한국과는 너무나도 다른 문화권인 순례길에서 그는 순례자들과 공통분모를 찾아갈 수 있을까?
걸음걸음마다 펼쳐진 다양한 만남과 스릴 넘치는 경험, 사랑하는 아내와 나란히 기도하는 마음으로 걸어낸 신준호 목사의 산티아고 이야기
<지은이 소개>
신준호
현장 목회 경험 40년, 몇 년 후 은퇴를 앞둔 목사
"인생의 행복은 65세부터"라는 김형석 교수님의 이야기를 귀담아듣고 이제는 그동안 못다 한 행복을 마음껏 누리며 살려고 하는 67세.
<프롤로그>
올해는 어느덧 목회 40주년이 되는 해이다. 그동안 목회를 여기까지 이끌어 주신 에벤에셀의 하나님께 영광을 돌린다. 그리고 나의 목회를 위해 물심양면으로 도와주신 율전중앙교회 장로님들과 성도님들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린다. 또한 가장 가까운 곳에서 힘과 위로와 격려로 도와준 아내에게 감사하고, 목회자의 자녀로서 나의 목회를 늘 인정해주고 응원하면서 자신들의 자리를 지켜준 사랑스러운 자녀들에게도 고마운 마음을 표한다.
지금까지 목회하면서 수없이 많은 힘든 상황들이 있었다. 그런데도 목회와 삶을 떠받쳐 주는 결정적인 계기가 있었다. 그것은 목회 초창기 40일 금식기도의 시간이었다. 이런 시간을 통해 목회를 은혜롭게 할 수 있는 영적 에너지를 충전했고, 목회의 방향과 속도를 조절하는 능력을 갖추는 시간이었다. 때로 조금씩 영적으로 해이해질 때마다 그때를 생각하면서 풀어진 영적 끈을 동이게 했다.
이제는 세월이 흘러 60대 중반을 넘어섰다. 시작도 중요하지만 아름다운 마무리를 위해 나를 다시 한 번 다그치고 싶은 마음이 컸다. 과거에는 40일 금식기도가 그런 시간을 만들어 주었다면 앞으로 남은 나의 목회를 아름답게 할 수 있는 또 다른 계기가 없을까 고심했다. 과거처럼 장기간 금식할 자신은 없고,불현듯 산티아고 순례길이 생각났다. 길을 걸으며 기도하고, 묵상하며 나를 다그치는 시간 말이다. 일을 결정하는데 별 고민없이 결정하게 되었다. 이때부터 이 길에 대한 많은 생각들이 번쩍였다.
순례길 중에 사랑하는 우리 율전중앙교회와 성도님들 이름을 불러가며 기도하고 그들을 축복하면서 걸으려고 했다. 시공간으로는 떨어져 있지만 성도님들과도 깊은 영적 교제의 시간이 될 것이다. 이렇게 길을 걷다 보면 남은 목회를 위한 크고 작은 이정표를 만드는 좋은 시간이 될 것 같다. 그래서인지 마음이 설렜다. 물론 주변의 사람들은 나이도 생각해야 한다고 만류를 거듭했다. 이미 수년 전부터 생각한 일이라 많은 고민이 필요가 없었다. 산티아고길 위에서 경험하게 될 아름다움의 영적 시간만 생각할 뿐이다.
이번에는 평생 묵묵히 나를 지근거리에서 도와준 친구이며 동역자인 아내와 함께 이 길을 나란히 걸으려 한다. 이 길을 걸으면서 아내와 40년 동안의 목회를 회상해보며 행복했던 시간도, 고민 속에 밤잠을 설치던 많은 시간도 조용히 더듬는 시간이 될 것이다.
순례길을 걷는 33일 동안 묵상을 위해 매일 창세기에서 계시록까지 생각나는 성구를 1절씩 찾고 내용을 기록할 것이다. 이책의 구성은 인문학적인 입장에서의 순례길을 기록하기보다는 순례길에서 평이하게 순간순간 경험하는 크고 작은 일상의 이야기들을 사진과 더불어 가감 없이 기록하는 기행문 형식으로 적어 내려한다.
“주님,
아름답게 인도하셔서 승리하는
값진 순례길이 되게 하소서”
2023년 9월
신준호 목사
<책 미리보기>
산티아고 순례길 걷기를 결정하고 여러 번에 걸쳐 여행 준비를 마쳤지만, 출발 일을 앞두고 소소한 일들이 생겨 계획이 무산되기 일쑤였다. 모든 것이 내 생각처럼 되는 일이 아니었다. 아무리 좋은 계획을 세운다고 할지라도 일이 무조건 진행되는 것이 아니다. 결정적으로 2020년에는 비행기 표와 모든 일정에 대한 예약까지도 마쳤는데,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해 무산되었다. 이런 사태가 나를 더욱 숨 막히게 했다. 계획이 번번이 무산되면서 내 순례 여행은 기약도 없이 멀어져만 갔다. 햇수로 5년 동안 계획했지만, 내게는 그 문이 쉽게 열리지 않았다. 이제는 공항 활주로에 내가 탄 비행기의 뒷바퀴가 땅에서 들려지는 순간까지는 내 순례 여행의 출발을 확신하지 못하겠다는 생각이다. 무려 5년 동안 미루어져 왔던 일로 학습이 되었기 때문이다. 순례길을 향한 내 마지막 시도이자, 여섯 번째 시도였다.
(22p)
외국인들이 산을 오르면서 연실 “HAPPY DAY!”를 외친다. 그리고 어떤 순례자는 “AMAZING!”을 연발한다. 그 이유가 있었다. 일반적으로 피레네는 흐릴 때가 많고 비가 오면 우비도 입어야 해서 모든 면에 힘들고 위험한 상황으로 체력 손실로도 이어져 갑절로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지난주까지도 비 오는 날이 많았기에 이번에 함께하는 순례자들은 순례길에 오르면서 제발 비가 오지 않게 해달라고 기도하는 심정이었다. 만약에 비가 왔다면 정상에서 내려가는 구간은 진흙에 가까워진 구렁텅이를 지나야 하는 상황으로 신발은 만신창이가 되었을 것이다. 게다가 내리막의 미끄러운 길을 걷다 보면 어떤 상황이 펼쳐질지는 뻔한 일이었다. 많은 순례자가 비가 오지 않게 해달라고 기도하는 그 마음을 알만했다. 나와 아내는 혼신의 힘을 다해 걸어서 오후 2시쯤 목적지인 론센스바예스에 도착했다. 오늘의 목표지에 무사히 도착한 것에 대한 감격과 기쁨이 몰려온다. 피곤한 순례자들에게 쉼과 안식을 위한 숙소인 알베르게가 우리를 반갑게 맞아준다. 숙소에 들어가기 위해 배낭을 벗고 의자에 앉아 신발을 벗었다. 그 순간 온몸에 경기가 날 것 같은 느낌이었다. 혈액순환이 안되었던 발에서 혈액이 돌면서 따갑기도하고 마치 감전된 느낌이었다.
(42p)
소문에 가수 인순이 씨가 우리와 같은 구간을 걷고 있다는 소문이 돈다. 그리고 사진을 함께 찍었다고 자랑을 한다. 계층을 초월하여 많이 알려진 인기 가수이기에 한 번쯤 만나보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부르고스의 한 알베르게에서 저녁식사 시간을 기다리며 식당 밖에서 서성이다가 수행원들과 함께 있는 인순이씨를 보고 깜짝 놀랐다. 아주 수수한 바람막이에 차림에 평소처럼 소탈하고 밝게 서 있었다. 인순이씨는 나와 동갑내기이다. 나는 당장 다가가서 인사를 나누고 사진을 한 장 찍자는 제의에 흔쾌히 허락하여 사진을 찍었다. 순례길에서 언젠가는 꼭 한번 만나고 싶었는데 큰 숙제라도 한 기분이었다. 스크린에서만 보던 국내 유명 가수를 이곳에서 만나는 것도 행운이라 여겨져 기분이 좋았다. 그 후 한국 순례자들을 만나면 인순이 씨와 같이 찍은 사진을 보여주며 자랑하기도 했다.
(116p)
순례길을 걷는 중에 왼쪽 정강이가 결리고 통증이 시작되었다. 근육이 놀라서 그런 거겠지 정도로 여기며 걸었지만, 호전이 되지 않고 더욱 통증이 심해졌다. 특별히 내리막을 걸을 때면 얼마나 아픈지 눈물이 찔끔찔끔 날 정도다. 전보다 심해지는 통증에 혹시나 완주에 실패하지는 않을까 하는 약간의 염려가 생겼다. 순례 중 돌발적인 사고와 질병으로 중도에 포기하는 이야기를 심심치 않게 듣기 때문이었다. 지나가던 순례자들이 다리를 저는 내 모습을 보고 상황을 묻는다. 스틱에 의지해서 오른쪽 다리에 힘을 주고 아픈 왼쪽 다리를 가볍게 하면서 겨우 목적지에 도착했다. 당장에 약국을 찾고 압박붕대부터 사서 다음날을 대비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아내는 발가락 바닥 통증이 지속되고, 나는 정강이 통증으로 어려운 상황이 겹쳤다. 순례길 중반에서 맞는 위기의 순간이었다. 그러나 이런 고통과 어려움을 통해 하나님께서 나로 자고하지 않게 하시고 끝까지 겸손케 하시는 것이리라 여기며, 포기하지 않고 기도하는 마음으로 걸을 예정이다.
(p157)
지금은 금지되었지만, 순례 때 사용한 신발과 옷을 태우는 의식을 했던 곳이 시커먼 그을음 자국과 함께 남아있다. 이처럼 이곳에서 과거 순례자들은 순례를 마치며 과거에 대한 후회와 통한의 마음도 가졌을 것이고, 또 새롭게 변모하고 싶은 마음도 가졌을 것이다. 그 수많은 마음의 조각들을 가만히 헤아려보았다. 이제 이곳에서 돌아서서 가야 할 시간이다. 지금 거칠게 파도치는 대서양의 푸른 바다를 응시하면서 야고보 사도를 조용히 생각해본다. 복음 전도의 열정을 안고 길을 걷다가 마침내 이 땅끝에 서게 되었을 때 그의 심정이 어떠했을까를 생각하니 마음이 숙연해진다. 그의 영혼 구원을 향한 쩌렁쩌렁한 외침이 파도 소리에 함께 내 귓가에 들리는 것만 같다. 순교의 사명을 감당하기 전까지 이렇게 곳곳에서 복음 전도의 열정을 불태웠던 사도의 심정 말이다. 그때 나는 더 이상 갈 수 없는 한계를 뛰어넘고 싶은 마음에 힘껏 뛰어 올라(점프샷) 보았다. 푸르디 푸른 대서양은 금방이라도 나를 안아줄 하나님의 가슴 같았다.
(265p)
<서지정보>
초판 1쇄 2023년 9월 1일
글 : 신준호
사진 : 정연주
펴낸곳 : 이분의일
판형 : 144*225
페이지수 : 288p
ISBN 979-11-92331-58-4(03920)
<책 소개>
"하나님, 이번엔 정말 출발할 수 있는 거 맞죠?"
마지막이라고 생각한 6번째 시도 끝에 드디어 산티아고 순례길에 오른 40년 현직 목사!
한국과는 너무나도 다른 문화권인 순례길에서 그는 순례자들과 공통분모를 찾아갈 수 있을까?
걸음걸음마다 펼쳐진 다양한 만남과 스릴 넘치는 경험, 사랑하는 아내와 나란히 기도하는 마음으로 걸어낸 신준호 목사의 산티아고 이야기
<지은이 소개>
신준호
현장 목회 경험 40년, 몇 년 후 은퇴를 앞둔 목사
"인생의 행복은 65세부터"라는 김형석 교수님의 이야기를 귀담아듣고 이제는 그동안 못다 한 행복을 마음껏 누리며 살려고 하는 67세.
<프롤로그>
올해는 어느덧 목회 40주년이 되는 해이다. 그동안 목회를 여기까지 이끌어 주신 에벤에셀의 하나님께 영광을 돌린다. 그리고 나의 목회를 위해 물심양면으로 도와주신 율전중앙교회 장로님들과 성도님들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린다. 또한 가장 가까운 곳에서 힘과 위로와 격려로 도와준 아내에게 감사하고, 목회자의 자녀로서 나의 목회를 늘 인정해주고 응원하면서 자신들의 자리를 지켜준 사랑스러운 자녀들에게도 고마운 마음을 표한다.
지금까지 목회하면서 수없이 많은 힘든 상황들이 있었다. 그런데도 목회와 삶을 떠받쳐 주는 결정적인 계기가 있었다. 그것은 목회 초창기 40일 금식기도의 시간이었다. 이런 시간을 통해 목회를 은혜롭게 할 수 있는 영적 에너지를 충전했고, 목회의 방향과 속도를 조절하는 능력을 갖추는 시간이었다. 때로 조금씩 영적으로 해이해질 때마다 그때를 생각하면서 풀어진 영적 끈을 동이게 했다.
이제는 세월이 흘러 60대 중반을 넘어섰다. 시작도 중요하지만 아름다운 마무리를 위해 나를 다시 한 번 다그치고 싶은 마음이 컸다. 과거에는 40일 금식기도가 그런 시간을 만들어 주었다면 앞으로 남은 나의 목회를 아름답게 할 수 있는 또 다른 계기가 없을까 고심했다. 과거처럼 장기간 금식할 자신은 없고,불현듯 산티아고 순례길이 생각났다. 길을 걸으며 기도하고, 묵상하며 나를 다그치는 시간 말이다. 일을 결정하는데 별 고민없이 결정하게 되었다. 이때부터 이 길에 대한 많은 생각들이 번쩍였다.
순례길 중에 사랑하는 우리 율전중앙교회와 성도님들 이름을 불러가며 기도하고 그들을 축복하면서 걸으려고 했다. 시공간으로는 떨어져 있지만 성도님들과도 깊은 영적 교제의 시간이 될 것이다. 이렇게 길을 걷다 보면 남은 목회를 위한 크고 작은 이정표를 만드는 좋은 시간이 될 것 같다. 그래서인지 마음이 설렜다. 물론 주변의 사람들은 나이도 생각해야 한다고 만류를 거듭했다. 이미 수년 전부터 생각한 일이라 많은 고민이 필요가 없었다. 산티아고길 위에서 경험하게 될 아름다움의 영적 시간만 생각할 뿐이다.
이번에는 평생 묵묵히 나를 지근거리에서 도와준 친구이며 동역자인 아내와 함께 이 길을 나란히 걸으려 한다. 이 길을 걸으면서 아내와 40년 동안의 목회를 회상해보며 행복했던 시간도, 고민 속에 밤잠을 설치던 많은 시간도 조용히 더듬는 시간이 될 것이다.
순례길을 걷는 33일 동안 묵상을 위해 매일 창세기에서 계시록까지 생각나는 성구를 1절씩 찾고 내용을 기록할 것이다. 이책의 구성은 인문학적인 입장에서의 순례길을 기록하기보다는 순례길에서 평이하게 순간순간 경험하는 크고 작은 일상의 이야기들을 사진과 더불어 가감 없이 기록하는 기행문 형식으로 적어 내려한다.
“주님,
아름답게 인도하셔서 승리하는
값진 순례길이 되게 하소서”
2023년 9월
신준호 목사
<책 미리보기>
산티아고 순례길 걷기를 결정하고 여러 번에 걸쳐 여행 준비를 마쳤지만, 출발 일을 앞두고 소소한 일들이 생겨 계획이 무산되기 일쑤였다. 모든 것이 내 생각처럼 되는 일이 아니었다. 아무리 좋은 계획을 세운다고 할지라도 일이 무조건 진행되는 것이 아니다. 결정적으로 2020년에는 비행기 표와 모든 일정에 대한 예약까지도 마쳤는데,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해 무산되었다. 이런 사태가 나를 더욱 숨 막히게 했다. 계획이 번번이 무산되면서 내 순례 여행은 기약도 없이 멀어져만 갔다. 햇수로 5년 동안 계획했지만, 내게는 그 문이 쉽게 열리지 않았다. 이제는 공항 활주로에 내가 탄 비행기의 뒷바퀴가 땅에서 들려지는 순간까지는 내 순례 여행의 출발을 확신하지 못하겠다는 생각이다. 무려 5년 동안 미루어져 왔던 일로 학습이 되었기 때문이다. 순례길을 향한 내 마지막 시도이자, 여섯 번째 시도였다.
(22p)
외국인들이 산을 오르면서 연실 “HAPPY DAY!”를 외친다. 그리고 어떤 순례자는 “AMAZING!”을 연발한다. 그 이유가 있었다. 일반적으로 피레네는 흐릴 때가 많고 비가 오면 우비도 입어야 해서 모든 면에 힘들고 위험한 상황으로 체력 손실로도 이어져 갑절로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지난주까지도 비 오는 날이 많았기에 이번에 함께하는 순례자들은 순례길에 오르면서 제발 비가 오지 않게 해달라고 기도하는 심정이었다. 만약에 비가 왔다면 정상에서 내려가는 구간은 진흙에 가까워진 구렁텅이를 지나야 하는 상황으로 신발은 만신창이가 되었을 것이다. 게다가 내리막의 미끄러운 길을 걷다 보면 어떤 상황이 펼쳐질지는 뻔한 일이었다. 많은 순례자가 비가 오지 않게 해달라고 기도하는 그 마음을 알만했다. 나와 아내는 혼신의 힘을 다해 걸어서 오후 2시쯤 목적지인 론센스바예스에 도착했다. 오늘의 목표지에 무사히 도착한 것에 대한 감격과 기쁨이 몰려온다. 피곤한 순례자들에게 쉼과 안식을 위한 숙소인 알베르게가 우리를 반갑게 맞아준다. 숙소에 들어가기 위해 배낭을 벗고 의자에 앉아 신발을 벗었다. 그 순간 온몸에 경기가 날 것 같은 느낌이었다. 혈액순환이 안되었던 발에서 혈액이 돌면서 따갑기도하고 마치 감전된 느낌이었다.
(42p)
소문에 가수 인순이 씨가 우리와 같은 구간을 걷고 있다는 소문이 돈다. 그리고 사진을 함께 찍었다고 자랑을 한다. 계층을 초월하여 많이 알려진 인기 가수이기에 한 번쯤 만나보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부르고스의 한 알베르게에서 저녁식사 시간을 기다리며 식당 밖에서 서성이다가 수행원들과 함께 있는 인순이씨를 보고 깜짝 놀랐다. 아주 수수한 바람막이에 차림에 평소처럼 소탈하고 밝게 서 있었다. 인순이씨는 나와 동갑내기이다. 나는 당장 다가가서 인사를 나누고 사진을 한 장 찍자는 제의에 흔쾌히 허락하여 사진을 찍었다. 순례길에서 언젠가는 꼭 한번 만나고 싶었는데 큰 숙제라도 한 기분이었다. 스크린에서만 보던 국내 유명 가수를 이곳에서 만나는 것도 행운이라 여겨져 기분이 좋았다. 그 후 한국 순례자들을 만나면 인순이 씨와 같이 찍은 사진을 보여주며 자랑하기도 했다.
(116p)
순례길을 걷는 중에 왼쪽 정강이가 결리고 통증이 시작되었다. 근육이 놀라서 그런 거겠지 정도로 여기며 걸었지만, 호전이 되지 않고 더욱 통증이 심해졌다. 특별히 내리막을 걸을 때면 얼마나 아픈지 눈물이 찔끔찔끔 날 정도다. 전보다 심해지는 통증에 혹시나 완주에 실패하지는 않을까 하는 약간의 염려가 생겼다. 순례 중 돌발적인 사고와 질병으로 중도에 포기하는 이야기를 심심치 않게 듣기 때문이었다. 지나가던 순례자들이 다리를 저는 내 모습을 보고 상황을 묻는다. 스틱에 의지해서 오른쪽 다리에 힘을 주고 아픈 왼쪽 다리를 가볍게 하면서 겨우 목적지에 도착했다. 당장에 약국을 찾고 압박붕대부터 사서 다음날을 대비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아내는 발가락 바닥 통증이 지속되고, 나는 정강이 통증으로 어려운 상황이 겹쳤다. 순례길 중반에서 맞는 위기의 순간이었다. 그러나 이런 고통과 어려움을 통해 하나님께서 나로 자고하지 않게 하시고 끝까지 겸손케 하시는 것이리라 여기며, 포기하지 않고 기도하는 마음으로 걸을 예정이다.
(p157)
지금은 금지되었지만, 순례 때 사용한 신발과 옷을 태우는 의식을 했던 곳이 시커먼 그을음 자국과 함께 남아있다. 이처럼 이곳에서 과거 순례자들은 순례를 마치며 과거에 대한 후회와 통한의 마음도 가졌을 것이고, 또 새롭게 변모하고 싶은 마음도 가졌을 것이다. 그 수많은 마음의 조각들을 가만히 헤아려보았다. 이제 이곳에서 돌아서서 가야 할 시간이다. 지금 거칠게 파도치는 대서양의 푸른 바다를 응시하면서 야고보 사도를 조용히 생각해본다. 복음 전도의 열정을 안고 길을 걷다가 마침내 이 땅끝에 서게 되었을 때 그의 심정이 어떠했을까를 생각하니 마음이 숙연해진다. 그의 영혼 구원을 향한 쩌렁쩌렁한 외침이 파도 소리에 함께 내 귓가에 들리는 것만 같다. 순교의 사명을 감당하기 전까지 이렇게 곳곳에서 복음 전도의 열정을 불태웠던 사도의 심정 말이다. 그때 나는 더 이상 갈 수 없는 한계를 뛰어넘고 싶은 마음에 힘껏 뛰어 올라(점프샷) 보았다. 푸르디 푸른 대서양은 금방이라도 나를 안아줄 하나님의 가슴 같았다.
(265p)
<서지정보>
초판 1쇄 2023년 9월 1일
글 : 신준호
사진 : 정연주
펴낸곳 : 이분의일
판형 : 144*225
페이지수 : 288p
ISBN 979-11-92331-58-4(03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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