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2023우리가치인문동행 지원사업으로 시작된
지구별 엄마들! 수원이웃작가 이야기
<지은이 소개>
수원이웃작가
궁수매, 민소아, 샤오메이, 왕진지애, 이지혜, 이현진
<머릿말>
싱그러운 대학생들의 목소리를 실컷 만끽할 수 있는 경기대학교 수원캠퍼스 덕문관 5층에서 신나는 대화의 장, <수원BOOK살롱>이 열렸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멋진 하루를 만들고 계신 다문화 가정 ‘엄마’들을 위한 강의였습니다. 대학교 강의실이라서 그랬을까요? 제가 만난 작가님들은 엄마라기보다 여대생같은 모습이었습니다. 각자가 고국에서 그리고 한국에서 겪은 경험을 나눴고, 엄마가 아닌 ‘나’로서 취향과 관심사를 공유했습니다. 서로가 쓴 글을 나누는 자리에서 보내는 따뜻한 눈빛과 미소는 모두에게 위로가 되기 충분했습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2023 우리가치 인문동행> 지원사업으로 진행한 <수원BOOK살롱>은 단순히 다문화 가정 여성을 만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일구어 나가고 있는 눈에 보이지 않는 성과를 나누면서 이를 바탕으로 개인과 사회를 기록하는 인문학적인 경험을 통해 한 권의 책을 독립출판하는 프로그램이었습니다.
이번 <수원BOOK살롱>은 모국어가 아닌 외국어로 한글을 배운 다문화 가정의 여성을 대상으로 기획했습니다.‘한글을 모국어로 배운 사람도 글쓰기가 어려운데, 외국어로 배우신 분들이 수업을 듣고 글까지 쓸 수 있을까?’이분의일이 던진 질문이었습니다. 놀랍게도 유창한 한국어를 누구보다 자유롭게 써내려 가셨습니다. 어린시절 내 나라의 문화와 그곳에서의 경험, 그리고 지금의 감정까지 가감없이 꺼내주셨습니다. 다문화 가정의 엄마로서 너무도 이 나라를 잘 적응해내고 있는 여성분들은 오히려 복지의 사각지대에서 놓여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잘 해내고 있기에 어려움이 없을 거라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 자리에서 가슴 속 깊숙한 곳에 있던 희로애락을 꺼내며 쉽지 않은 글쓰기를 즐기며 해내셨습니다.
이 책에는 수원이웃작가들이 짧은 시간 동안 쓴 글들이 담겨있습니다. 찬찬히 들여다보며 오래도록 다듬은 원고가 아니라 단시간에 외국어로 써 내려가 부족한 점도 많습니다. 그러나 이웃들이 함께 울고 웃으며 만든 결과물임을 상기하시고 너그러이 즐겨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마지막으로, 서로의 이야기에 누구보다 공감하고, 위로하며 적극적으로 프로그램에 참여해주신 우리 수원이웃작가님들께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2023년 11월
이분의일
<책 미리보기>
겨울이 되면 감나무 잎이 다 떨어지고 벌거숭이가 되었다. 그래서 하얀 눈이 왔을 때는 마치 감나무에 두꺼운 솜이불을 덮어준 것 같았다. 나는 동생들과 감나무 밑에서 눈사람을 만들고 눈싸움을 했다. 놀다가 지루해 지면 나뭇가지를 꺾어서 눈밭에서 그림을 그리고 글을 썼다. 지금 나와 동생들은 모두 고향을 떠났다. 감나무 밑에서 늘 나를 기다리던 할아버지와 할머니도 돌아가셨다. 감나무만 홀로 남아 봄, 여름, 가을, 겨울을 묵묵히 견디고 있는 중이다.
(궁수매 작가, 12p)
나는 단짝 친구가 생겨서 정말 좋았다. 크고 작은 이야기들을 나누다보면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우리는 살을 빼기 위해 함께 등산을 하고 시장에서 자장면을 사 먹으며 속마음을 털어내기도 하고 수다를 떨기도 했다. 또 어느 봄에는 예쁘게 화장을 하고 머리에 벚꽃 화환을 달고 벚꽃을 구경하러 나갔다. 우리는 사진을 찍으며 꽃구경을 실컷 했다. 두 시간 정도 걷다가 중국식당에서 북경오리고기를 사 먹었다. 그날의 풍경이, 그날의 음식이, 그날의 이야기가 너무 좋아서 나는 지금도 벚꽃을 볼 때마다 그때가 생각이 난다.
(궁수매 작가, 18-19p)
우리 큰 언니는 어렸을 때부터 고생을 많이 했다. 가정 형편이 어려워 중학교를 자퇴하고 일찍 돈을 벌기 위해 집을 떠났다. 부모님 생활비, 동생들의 학비를 보태주고 한 번씩 동생들의 옷도 사주고 그랬다. 나는 큰 언니랑 같이 있었던 기억은 사실 많지 않다. 그래도 기억나는 것은 내가 고등학교 입학할 때였는데, 그 무렵 언니도 집으로 돌아왔을 때였다. 언니가 집에 돌아오면서 내 입학 선물로 예쁜 핑크색 티셔츠와 청바지 그리고 챙이 큰 모자를 사주었다. 정말 신이 났다. 동네 친구들은 나를 무척 부러워했다. 나는 언니가 사준 옷을 입고 자랑스러운 표정으로 자전거를 타고 고등학교 입학식에 갔는데, 그날의 행복했던 기억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
(민소아 작가, 40-41p)
집 옆에는 작은 텃밭이 하나 있었다. 거기에는 일 년 내내 바나나를 먹게 해주는 바나나 나무, 여름에 시원하고 달콤한 코코넛을 주는 코코넛 나무, 그리고 제철마다 엄마가 심은 여러 채소들이 있었다. 그 옆에는 작은 닭장이 있었다. 집에 손님이 오거나 중요한 날에는 아빠가 닭을 잡아 요리를 해주셨다. 나는 아직까지도 우리 아빠가 해주는 닭요리만큼 맛있는 걸 먹어본 적이 없다.
(민소아 작가, 51p)
한 번은 나와 같이 중국에 있는 시골집에 갔다. 중국 음식, 시골 환경, 생활 풍경은 달랐지만 이 남자는 이곳이 좋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 날 저녁을 먹은 후, 청혼문을 써서 가족들 앞에서 읽었다. 나는 감동을 받아서 그의 프로포즈를 허락했다. 정말 그 남자는 나의 운명이었다. 10년 전 그 남자를 따라 한국에 왔다.
(샤오메이 작가, 65p)
혼자만의 밤은 조용하고 평화로워 마음에 완벽한 세례를 받은 것 같았다. 현재 내가 처한 상황을 돌아볼 수 있고, 예전의 일들도 떠올릴 수 있었다.
(샤오메이 작가, 82p)
나만 그런지도 모르겠다. 꿈을 꾸고 계획을 세우고 머리를 막 굴릴 때는 진짜 힘을 많이 쓰게 되고 에너지가 빠져나가는 느낌이다. 그 순간 마음의 평화가 깨지게 되고 불안해지기 시작한다. 행복했던 마음은 순식간에 불행으로 바뀐다. 무슨 일이든 내가 당장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오늘 하루 충실히 살다보면 언젠가 그것에 맞는 결과가 주어지기 마련이다. 너와 나, 우리는 모두 원만한 존재이다. 그러니 꿈이 없어도 우리는 그 자체로 괜찮다.
(왕진지애 작가. 99p)
사람들이 이 점을 모르거나 알면서도 이용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지구의 모든 조상을 끝까지 추적하면 결국 같은 조상을 발견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같은 조상이라면 우리는 서로 구별하지도, 차별하지도 않고 그 자체로 우리가 될 것이다. 그러니 우리는 힘든 일이 생기면 서로 돕고, 힘이 되어야 한다. 우리는 공동체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우리의 세계를 사라지게 만들 수도 있고 더 아름답게 만들 수도 있다. 요즘에 신문을 보니 너무 속상해서 떠오른 생각이다. 진심으로 우리는 대립 없는 만물일체가 되길 빈다.
(왕진지애 작가, 106p)
내가 초등학교에 다닐 때였다. 보통 학교에 다녀오면 엄마아빠들이 물어보는 말은 “오늘은 몇 점 받았어?”였는데, 우리 엄마아빠는 내가 학교에 다녀오면 “오늘은 맴매 몇 대 맞았어?”라고 항상 물어 봤다. 어렸을 때 나는 학교에서 가만히 있지 못하고, 산만하고, 고집이 센 수다쟁이라서 수업시간에 옆 친구, 앞 친구, 뒤에 있는 친구와 수다를 많이 떨어서 선생님에게 맴매를 많이 맞았다. 그러다 적게 맞은 날에는 기분이 너무너무 좋아서 집에 가서 엄마아빠에게 “엄마 오늘은 내가 2대만 맞았어!”라며 신나게 자랑하기도 했다.
(이지혜 작가, 116p)
살아있다면 누구나 길은 분명히 있다. 살아가면서 힘들 때는 잠시 쉬어 가면 된다. 교통규칙에 신호등이 있는 것처럼 파란 불이 켜지는 순간은 분명이 온다. 누군가는 즐겁고 행복한 곳으로 여행을 가고, 누군가는 가족이나 친척을 보러가고, 누군가는 출근한다. 사람마다 다르기도 하고 같을 수도 있다. 때가 좀 다를 뿐이다.
(이지혜 작가, 124p)
이제 나는 출입국에 익숙해졌고 서류를 안내하거나 통역할 때는 자신감이 생겼다. 이제는 수원출입국 외국인청은 나의 집 마당처럼 편해졌고, 그 사람의 표정만 봐도 무엇이 필요할지 대충 알게 되었다. 이상하게 자원봉사를 하고 나면 스트레스가 풀렸다. 누군가를 도와줄 수 있다는 것은 정말 보람 있는 일이었다. 그리고 예전의 내 모습이 생각났다. 나도 누군가 도와줬다면 그렇게 낯설고 당황하지 않았을 텐데 하고 말이다.
(이현진 작가, 134p)
사랑하는 아들아! 딸아! 엄마의 아들, 딸로 태어나서 정말 고맙다. 너희는 엄마의 인생에서 가장 큰 선물이자 희망이란다. 엄마는 항상 너희들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싶다. 엄마는 외국인이라서 처음에는 많은 것들을 제대로 알지 못했다. 하지만 한국에 적응하는 동안 너희가 함께 있어 외롭지 않았다. 언어와 문화적인 차이로 인해 힘들었던 순간에도 너희가 있어 행복했단다.
(이현진 작가, 141p)
<서지정보>
초판 1쇄 2023년 11월 18일
글쓴이 수원이웃작가
펴낸곳 이분의일
판형 148*210
페이지수 152p
ISBN 979-11-92331-79-9 (03810)
<책 소개>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2023우리가치인문동행 지원사업으로 시작된
지구별 엄마들! 수원이웃작가 이야기
<지은이 소개>
수원이웃작가
궁수매, 민소아, 샤오메이, 왕진지애, 이지혜, 이현진
<머릿말>
싱그러운 대학생들의 목소리를 실컷 만끽할 수 있는 경기대학교 수원캠퍼스 덕문관 5층에서 신나는 대화의 장, <수원BOOK살롱>이 열렸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멋진 하루를 만들고 계신 다문화 가정 ‘엄마’들을 위한 강의였습니다. 대학교 강의실이라서 그랬을까요? 제가 만난 작가님들은 엄마라기보다 여대생같은 모습이었습니다. 각자가 고국에서 그리고 한국에서 겪은 경험을 나눴고, 엄마가 아닌 ‘나’로서 취향과 관심사를 공유했습니다. 서로가 쓴 글을 나누는 자리에서 보내는 따뜻한 눈빛과 미소는 모두에게 위로가 되기 충분했습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2023 우리가치 인문동행> 지원사업으로 진행한 <수원BOOK살롱>은 단순히 다문화 가정 여성을 만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일구어 나가고 있는 눈에 보이지 않는 성과를 나누면서 이를 바탕으로 개인과 사회를 기록하는 인문학적인 경험을 통해 한 권의 책을 독립출판하는 프로그램이었습니다.
이번 <수원BOOK살롱>은 모국어가 아닌 외국어로 한글을 배운 다문화 가정의 여성을 대상으로 기획했습니다.‘한글을 모국어로 배운 사람도 글쓰기가 어려운데, 외국어로 배우신 분들이 수업을 듣고 글까지 쓸 수 있을까?’이분의일이 던진 질문이었습니다. 놀랍게도 유창한 한국어를 누구보다 자유롭게 써내려 가셨습니다. 어린시절 내 나라의 문화와 그곳에서의 경험, 그리고 지금의 감정까지 가감없이 꺼내주셨습니다. 다문화 가정의 엄마로서 너무도 이 나라를 잘 적응해내고 있는 여성분들은 오히려 복지의 사각지대에서 놓여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잘 해내고 있기에 어려움이 없을 거라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 자리에서 가슴 속 깊숙한 곳에 있던 희로애락을 꺼내며 쉽지 않은 글쓰기를 즐기며 해내셨습니다.
이 책에는 수원이웃작가들이 짧은 시간 동안 쓴 글들이 담겨있습니다. 찬찬히 들여다보며 오래도록 다듬은 원고가 아니라 단시간에 외국어로 써 내려가 부족한 점도 많습니다. 그러나 이웃들이 함께 울고 웃으며 만든 결과물임을 상기하시고 너그러이 즐겨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마지막으로, 서로의 이야기에 누구보다 공감하고, 위로하며 적극적으로 프로그램에 참여해주신 우리 수원이웃작가님들께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2023년 11월
이분의일
<책 미리보기>
겨울이 되면 감나무 잎이 다 떨어지고 벌거숭이가 되었다. 그래서 하얀 눈이 왔을 때는 마치 감나무에 두꺼운 솜이불을 덮어준 것 같았다. 나는 동생들과 감나무 밑에서 눈사람을 만들고 눈싸움을 했다. 놀다가 지루해 지면 나뭇가지를 꺾어서 눈밭에서 그림을 그리고 글을 썼다. 지금 나와 동생들은 모두 고향을 떠났다. 감나무 밑에서 늘 나를 기다리던 할아버지와 할머니도 돌아가셨다. 감나무만 홀로 남아 봄, 여름, 가을, 겨울을 묵묵히 견디고 있는 중이다.
(궁수매 작가, 12p)
나는 단짝 친구가 생겨서 정말 좋았다. 크고 작은 이야기들을 나누다보면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우리는 살을 빼기 위해 함께 등산을 하고 시장에서 자장면을 사 먹으며 속마음을 털어내기도 하고 수다를 떨기도 했다. 또 어느 봄에는 예쁘게 화장을 하고 머리에 벚꽃 화환을 달고 벚꽃을 구경하러 나갔다. 우리는 사진을 찍으며 꽃구경을 실컷 했다. 두 시간 정도 걷다가 중국식당에서 북경오리고기를 사 먹었다. 그날의 풍경이, 그날의 음식이, 그날의 이야기가 너무 좋아서 나는 지금도 벚꽃을 볼 때마다 그때가 생각이 난다.
(궁수매 작가, 18-19p)
우리 큰 언니는 어렸을 때부터 고생을 많이 했다. 가정 형편이 어려워 중학교를 자퇴하고 일찍 돈을 벌기 위해 집을 떠났다. 부모님 생활비, 동생들의 학비를 보태주고 한 번씩 동생들의 옷도 사주고 그랬다. 나는 큰 언니랑 같이 있었던 기억은 사실 많지 않다. 그래도 기억나는 것은 내가 고등학교 입학할 때였는데, 그 무렵 언니도 집으로 돌아왔을 때였다. 언니가 집에 돌아오면서 내 입학 선물로 예쁜 핑크색 티셔츠와 청바지 그리고 챙이 큰 모자를 사주었다. 정말 신이 났다. 동네 친구들은 나를 무척 부러워했다. 나는 언니가 사준 옷을 입고 자랑스러운 표정으로 자전거를 타고 고등학교 입학식에 갔는데, 그날의 행복했던 기억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
(민소아 작가, 40-41p)
집 옆에는 작은 텃밭이 하나 있었다. 거기에는 일 년 내내 바나나를 먹게 해주는 바나나 나무, 여름에 시원하고 달콤한 코코넛을 주는 코코넛 나무, 그리고 제철마다 엄마가 심은 여러 채소들이 있었다. 그 옆에는 작은 닭장이 있었다. 집에 손님이 오거나 중요한 날에는 아빠가 닭을 잡아 요리를 해주셨다. 나는 아직까지도 우리 아빠가 해주는 닭요리만큼 맛있는 걸 먹어본 적이 없다.
(민소아 작가, 51p)
한 번은 나와 같이 중국에 있는 시골집에 갔다. 중국 음식, 시골 환경, 생활 풍경은 달랐지만 이 남자는 이곳이 좋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 날 저녁을 먹은 후, 청혼문을 써서 가족들 앞에서 읽었다. 나는 감동을 받아서 그의 프로포즈를 허락했다. 정말 그 남자는 나의 운명이었다. 10년 전 그 남자를 따라 한국에 왔다.
(샤오메이 작가, 65p)
혼자만의 밤은 조용하고 평화로워 마음에 완벽한 세례를 받은 것 같았다. 현재 내가 처한 상황을 돌아볼 수 있고, 예전의 일들도 떠올릴 수 있었다.
(샤오메이 작가, 82p)
나만 그런지도 모르겠다. 꿈을 꾸고 계획을 세우고 머리를 막 굴릴 때는 진짜 힘을 많이 쓰게 되고 에너지가 빠져나가는 느낌이다. 그 순간 마음의 평화가 깨지게 되고 불안해지기 시작한다. 행복했던 마음은 순식간에 불행으로 바뀐다. 무슨 일이든 내가 당장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오늘 하루 충실히 살다보면 언젠가 그것에 맞는 결과가 주어지기 마련이다. 너와 나, 우리는 모두 원만한 존재이다. 그러니 꿈이 없어도 우리는 그 자체로 괜찮다.
(왕진지애 작가. 99p)
사람들이 이 점을 모르거나 알면서도 이용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지구의 모든 조상을 끝까지 추적하면 결국 같은 조상을 발견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같은 조상이라면 우리는 서로 구별하지도, 차별하지도 않고 그 자체로 우리가 될 것이다. 그러니 우리는 힘든 일이 생기면 서로 돕고, 힘이 되어야 한다. 우리는 공동체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우리의 세계를 사라지게 만들 수도 있고 더 아름답게 만들 수도 있다. 요즘에 신문을 보니 너무 속상해서 떠오른 생각이다. 진심으로 우리는 대립 없는 만물일체가 되길 빈다.
(왕진지애 작가, 106p)
내가 초등학교에 다닐 때였다. 보통 학교에 다녀오면 엄마아빠들이 물어보는 말은 “오늘은 몇 점 받았어?”였는데, 우리 엄마아빠는 내가 학교에 다녀오면 “오늘은 맴매 몇 대 맞았어?”라고 항상 물어 봤다. 어렸을 때 나는 학교에서 가만히 있지 못하고, 산만하고, 고집이 센 수다쟁이라서 수업시간에 옆 친구, 앞 친구, 뒤에 있는 친구와 수다를 많이 떨어서 선생님에게 맴매를 많이 맞았다. 그러다 적게 맞은 날에는 기분이 너무너무 좋아서 집에 가서 엄마아빠에게 “엄마 오늘은 내가 2대만 맞았어!”라며 신나게 자랑하기도 했다.
(이지혜 작가, 116p)
살아있다면 누구나 길은 분명히 있다. 살아가면서 힘들 때는 잠시 쉬어 가면 된다. 교통규칙에 신호등이 있는 것처럼 파란 불이 켜지는 순간은 분명이 온다. 누군가는 즐겁고 행복한 곳으로 여행을 가고, 누군가는 가족이나 친척을 보러가고, 누군가는 출근한다. 사람마다 다르기도 하고 같을 수도 있다. 때가 좀 다를 뿐이다.
(이지혜 작가, 124p)
이제 나는 출입국에 익숙해졌고 서류를 안내하거나 통역할 때는 자신감이 생겼다. 이제는 수원출입국 외국인청은 나의 집 마당처럼 편해졌고, 그 사람의 표정만 봐도 무엇이 필요할지 대충 알게 되었다. 이상하게 자원봉사를 하고 나면 스트레스가 풀렸다. 누군가를 도와줄 수 있다는 것은 정말 보람 있는 일이었다. 그리고 예전의 내 모습이 생각났다. 나도 누군가 도와줬다면 그렇게 낯설고 당황하지 않았을 텐데 하고 말이다.
(이현진 작가, 134p)
사랑하는 아들아! 딸아! 엄마의 아들, 딸로 태어나서 정말 고맙다. 너희는 엄마의 인생에서 가장 큰 선물이자 희망이란다. 엄마는 항상 너희들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싶다. 엄마는 외국인이라서 처음에는 많은 것들을 제대로 알지 못했다. 하지만 한국에 적응하는 동안 너희가 함께 있어 외롭지 않았다. 언어와 문화적인 차이로 인해 힘들었던 순간에도 너희가 있어 행복했단다.
(이현진 작가, 141p)
<서지정보>
초판 1쇄 2023년 11월 18일
글쓴이 수원이웃작가
펴낸곳 이분의일
판형 148*210
페이지수 152p
ISBN 979-11-92331-79-9 (03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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