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2023우리가치인문동행 지원사업으로 시작된
별별사랑방 의왕이웃작가들의 이야기
<지은이 소개>
의왕이웃작가
강윤경, 김은주, 노경옥, 박정금, 송다은, 신기혜, 양순옥, 오경민, 이민정, 이인, 이정진, 정훈채
<머리말>
의왕역 근처, 주민들을 위한 커뮤니티 공간인 별별사랑방에서 의왕시민의 자유로운 대화의 장, <의왕BOOK살롱>이 열렸습니다. 새롭게 변화할 지역에서 사라질 동네를 겪어온 시민들의 이야기를 남기고자 시작한 강의였습니다. 그러나 지역에 대한 분석이나 동네에 대한 깊이 있는 정보를 나누는 자리는 없었습니다. 다만, 시민들이 함께 지나온 인생 이야기를 나눴고, 개인의 취향과 관심사를 공유했습니다. 같이 쓴 글을 나누는 자리에서 서로의 따뜻한 눈빛과 이해한다는 듯한 끄덕임은 모두에게 위로가 되었습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2023 우리가치 인문동행> 지원사업으로 진행한 <의왕BOOK살롱>은 단순히 지역의 기록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시민들이 서로의 삶을 나누고 이를 바탕으로 개인과 지역을 기록하는 인문학적인 경험을 통해 한 권의 책을 독립출판하는 프로그램이었습니다.
이번 <의왕BOOK살롱>은 다른 프로그램과 오후 2시에 진행되었습니다. ‘일도 하고 아이도 챙기는 시민들이 평일 오후 시간을 낼 수 있을까?’이분의일이 던진 질문이었습니다. 놀랍게도 나 자신을 알고 기록하는 것에서부터 우리 가족, 그리고 지역에 대한 애정을 가진 분들이 많이 계셨습니다. 지역 개발 가운데 아무런 정서적 치유 없이 변화를 맞이해야 하는 시민들은 어쩌면 복지의 사각지대에서 놓여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실제로 어떠한 준비 없이 오래된 기억과 이별을 맞이해야 했던 주민들은 같이 글을 쓰며 서로의 추억을 남겨둘 수 있었습니다.
이 책에는 의왕이웃작가들이 수업 중에 짧은 시간 동안 쓴 글들이 담겨있습니다. 찬찬히 들여다보며 오래도록 다듬은 원고가 아니라 짧은 시간에 토해내듯 써 내려가 부족한 점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웃들이 함께 울고 웃으며 만든 결과물임을 상기하시고 너그러이 즐겨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마지막으로, 서로의 작품에 깊이 있게 빠져들며 적극적으로 프로그램에 참여해주신 우리 의왕이웃작가님들께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2023년 11월
이분의일
<책 미리보기>
야구가 없는 월요일은 우울했고, 비 오는 날 야구가 취소되면 너무 심심했다. 아이 얘기론 자신의 가스라이팅에 넘어온 거라지만, 스포츠가 가진 매력을 이제야 제대로 느낀 것 같다. 전력과 달리 예상 할 수 없는 결과, 매일 달라지는 익사이팅한 즐거움, 하루하루 다른 드라마를 써가는 재미가 대단했다. 그 드라마를 현실에서 하루하루 써가는 선수들의 성장이 멋지고 반짝였다. 야구 경기의 그 심장 쫄깃함도 재밌다. 영화, 드라마 그 이상의 재미가 느껴진다. 그리 좋아하던 넷플을 손절할 수 있었으니. 둘 다 좋아했다면 얼마간 폐인으로 살지 않았을까? 아이는 야구가 즐거움이 아니라 ‘감정 도박’ 이란다. 감정 도박 속에서 그간 행복했다. 마지막 경기를 보며 벌써 그립다. 내년 4월이 오긴 오는 건가?
(강윤경 작가, 17p)
“여기가 엄마가 살던 곳이야!”
시장 한 가운데에 서서 애들한테 도로를 가리키며 말한다. 사실 나에게 태어난 고향에 대한 기억은 없다. 트럭을 타고 한밤중에 도착한 이곳이 내가 느끼는 고향 집이다. 구포1동 426번지, 지금은 살고 있는 곳의 동 호수도 헷갈리지만 뚜렷이 기억하는 나의 고향 집이다. ‘이층 다다미 집!’
(김은주 작가, 39p)
가을이다. 어디로 떠나야만 할 것 같다. 섬진강 어느 민박에서 누군가가 나를 기다리며 따뜻한 빵과 커피를 준비하고 있을 것만 같다.
(노경옥 작가, 52p)
가끔 딸 셋이 모여서 옛날이야기를 한다. 우리가 시골에서 태어났는데도 대학에 갈 수 있었던 건 할아버지가 물려주신 땅이 있었기 때문이고, 엄마 아빠가 지은 농사를 잘 갈무리해 준 할머니 덕분이라고…. 큰언니가 “너는 할머니를 가장 싫어했으면서 살림하는 모습은 꼭 할머니 닮았더라.” 나도 모르게 나는 어린 시절의 시선은 할머니 살림법을 보고 있었나 보다. 세월이 흐를수록 고망쥐처럼 살림을 해주셨던 할머니의 손길에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살아계실 때는 몰라서 고맙다는 표현을 못 해 드린 것이 그저 죄송할 따름이다. 뒤늦게 나의 할머니 신옥진 여사에게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박정금 작가, 65p)
파란색을 좋아해요. 시원하기도 하고, 내가 좋아하는 것들은 대부분 파란색이에요. 글씨 쓰는 걸 좋아해서 필사를 자주 합니다. 제일 좋아하는 책이 주로 시집이기 때문에 시를 필사해요. 그림 그리는 것도 좋아합니다. 무언가가 내 손을 통해 새로운 작품으로 태어나는 게 좋습니다. 내 생각이나 이야기를 기록하는 것도 좋고, 다른 사람들의 얘길 듣는 것도 좋아해요. 잔잔한 노래 듣고 가만히 멍때리는 것도 좋아해요. 고래도 좋아해요. 고양이랑 토끼가 좋아요. 복숭아가 좋아요. 저는 그래서 여름이 좋아용.
(송다은 작가, 69p)
누군가 부모님에 관해 물어오면 내 머릿속 편집기가 돌아간다. 좋았던 기억을 하나씩 찾아 편집해 멋진 나의 부모님을 회상하며 답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나에게 있어 부모님은 좋은 기억도 있지만 마냥 좋지 못한 기억들도 상당히 있다. 어쩌면 좋은 모습보다 누군가에게도 말하지 못한 안 좋은 기억이 더 클지도 모른다.
(신기혜 작가, 86p)
“나 잡아봐라!”
재빠른 세월이 휙 추월하면서 힐끗 뒤돌아보며 날 놀리는 것 같다. 언제부터인지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시작된 중년의 삶, 벌써 결혼한 지 15년.
“내가 어떻게 세월을 잡니? 그건 불가능해! 난 너를 붙잡지 않고 그냥 동행하고 싶어!”
(양순옥 작가, 94p)
인천에서 초중고를 다닌 나는 고등학생 시절 영화광이었다. 집 근처에 극장이 많았다. 친구들과 나는 극장 간판이 바뀌면 바로 영화 보러 극장에 갔다. 그중 문화극장은 개봉영화를 상영하는 나름 고급 극장이었다. 그 시절, 시험 끝나는 날은, 인천 바닥 극장엔, 선생님들이 쫙 깔린다. 극장 갔다 걸리면 담임선생님한테 넘겨져 교무실에 끌려가서 야단맞고, 반성문 쓰고, 심하면 부모님도 모셔 와야 했다. 집에서 두들겨 맞고 쫓겨날 수도 있다. ‘아~ 쪽팔려.’ 하지만, 우리는 한 번도 걸린 적 없다.
(오경민 작가, 130p)
어제저녁으로 아이에게 돼지갈비찜을 해 주었다. 아침은 간편한 식사로, 점심은 학교 급식으로 끼니를 해결하고 저녁은 친구들과도 간혹 외식하니 제대로 된 집밥을 해 주지 못한 미안함에 정성을 들여 돼지갈비찜을 만들었다. 압력솥에 푹 고아진 돼지 갈빗살의 부드럽고 촉촉한 질감이 아이의 입맛에 맞았는지 양손 엄지척을 하며 “엄마, 장사해도 되겠다”라고 칭찬해 주었다. 과장하지 말라며 말은 했지만, 아이가 밥을 3번 먹는 모습을 보며 흐뭇했다. 뱃고래가 작아 적게 먹어 걱정인데 아이가 더 잘 먹을 수 있도록 요리 솜씨를 갈고 닦아야 겠다.
(이민정 작가. 142p)
어릴 적, 의왕시 삼동에 살면서 낚시를 좋아했던 아버지를 따라 동생들과 호수에서 놀던 기억이 난다. 입질하는 붕어와 우렁을 잡고 놀다가 물속에 가라앉는 신발을 찾느라 옷이 젖었다. 엄마의 등짝 스매싱으로 대낮인데도 별을 본 적 있다. 옷이 다 젖은 상태로 동생들과 나는 깔깔거리며 땅거미가 내릴 때까지 둑방을 뛰어다녔었다.
(이인 작가, 148p)
문득 바라본다는 것은 사랑의 또 다른 시작이다. 시선이 머물고 문득 바라봄이 시작될 때 상대방의 슬픔과 외로움 고민 등이 성큼 내게도 다가온다. 가끔은 무방비일 때 다가오는 상대방의 감정 덩어리들이 부담스러워 애써서 시선을 피할 때도 있고 부담감 속에도 어느새 다시 바라봄을 유지하는 내가 기특할 때도 있다. 봄꽃같이 향기롭고 감미로운 관계만 사람과 사람 사이에 있을 순 없으니 문득 바라보며 느껴지는 가을 같은 쓸쓸함과 겨울 같은 매운 아픔도 품을 수 있는 넓은 마음 그릇을 갖고 싶다고 나무를 바라보며, 들꽃을 바라보며 속닥여 본다.
(이정진 작가, 164-165p)
고등학교 다닐 때, 방과 후 학원에 다니면서 시장 안에서 분식(떡볶이, 순대, 튀김)을 맛있게 먹고 안양 1번가에서 쇼핑하며 수업을 기다리는 시간이 떠올라요. 버스 타고 안에서 친구들과 함께 과자를 먹으며 이야기하며 등교하던 시간도 그립네요. 이때는 가방이 무거워도 친구들과 이야기하느라 잠시 잊고 행복한 시간을 보내게 되어 좋았어요. 이 친구들과 졸업 후에도 여행을 다니면서 지금도 연락하며 지내고 있어요. 오랜만에 봐도 뭐 그리 할 말들이 많은지…. 자주 만난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이것이 정말 친구인가 봐요.
(정훈채 작가, 182p )
<서지정보>
초판 1쇄 2023년 11월 15일
글쓴이 의왕이웃작가
펴낸곳 이분의일
판형 148*210
페이지수 192p
ISBN 979-11-92331-77-5 (03810)
<책 소개>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2023우리가치인문동행 지원사업으로 시작된
별별사랑방 의왕이웃작가들의 이야기
<지은이 소개>
의왕이웃작가
강윤경, 김은주, 노경옥, 박정금, 송다은, 신기혜, 양순옥, 오경민, 이민정, 이인, 이정진, 정훈채
<머리말>
의왕역 근처, 주민들을 위한 커뮤니티 공간인 별별사랑방에서 의왕시민의 자유로운 대화의 장, <의왕BOOK살롱>이 열렸습니다. 새롭게 변화할 지역에서 사라질 동네를 겪어온 시민들의 이야기를 남기고자 시작한 강의였습니다. 그러나 지역에 대한 분석이나 동네에 대한 깊이 있는 정보를 나누는 자리는 없었습니다. 다만, 시민들이 함께 지나온 인생 이야기를 나눴고, 개인의 취향과 관심사를 공유했습니다. 같이 쓴 글을 나누는 자리에서 서로의 따뜻한 눈빛과 이해한다는 듯한 끄덕임은 모두에게 위로가 되었습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2023 우리가치 인문동행> 지원사업으로 진행한 <의왕BOOK살롱>은 단순히 지역의 기록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시민들이 서로의 삶을 나누고 이를 바탕으로 개인과 지역을 기록하는 인문학적인 경험을 통해 한 권의 책을 독립출판하는 프로그램이었습니다.
이번 <의왕BOOK살롱>은 다른 프로그램과 오후 2시에 진행되었습니다. ‘일도 하고 아이도 챙기는 시민들이 평일 오후 시간을 낼 수 있을까?’이분의일이 던진 질문이었습니다. 놀랍게도 나 자신을 알고 기록하는 것에서부터 우리 가족, 그리고 지역에 대한 애정을 가진 분들이 많이 계셨습니다. 지역 개발 가운데 아무런 정서적 치유 없이 변화를 맞이해야 하는 시민들은 어쩌면 복지의 사각지대에서 놓여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실제로 어떠한 준비 없이 오래된 기억과 이별을 맞이해야 했던 주민들은 같이 글을 쓰며 서로의 추억을 남겨둘 수 있었습니다.
이 책에는 의왕이웃작가들이 수업 중에 짧은 시간 동안 쓴 글들이 담겨있습니다. 찬찬히 들여다보며 오래도록 다듬은 원고가 아니라 짧은 시간에 토해내듯 써 내려가 부족한 점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웃들이 함께 울고 웃으며 만든 결과물임을 상기하시고 너그러이 즐겨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마지막으로, 서로의 작품에 깊이 있게 빠져들며 적극적으로 프로그램에 참여해주신 우리 의왕이웃작가님들께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2023년 11월
이분의일
<책 미리보기>
야구가 없는 월요일은 우울했고, 비 오는 날 야구가 취소되면 너무 심심했다. 아이 얘기론 자신의 가스라이팅에 넘어온 거라지만, 스포츠가 가진 매력을 이제야 제대로 느낀 것 같다. 전력과 달리 예상 할 수 없는 결과, 매일 달라지는 익사이팅한 즐거움, 하루하루 다른 드라마를 써가는 재미가 대단했다. 그 드라마를 현실에서 하루하루 써가는 선수들의 성장이 멋지고 반짝였다. 야구 경기의 그 심장 쫄깃함도 재밌다. 영화, 드라마 그 이상의 재미가 느껴진다. 그리 좋아하던 넷플을 손절할 수 있었으니. 둘 다 좋아했다면 얼마간 폐인으로 살지 않았을까? 아이는 야구가 즐거움이 아니라 ‘감정 도박’ 이란다. 감정 도박 속에서 그간 행복했다. 마지막 경기를 보며 벌써 그립다. 내년 4월이 오긴 오는 건가?
(강윤경 작가, 17p)
“여기가 엄마가 살던 곳이야!”
시장 한 가운데에 서서 애들한테 도로를 가리키며 말한다. 사실 나에게 태어난 고향에 대한 기억은 없다. 트럭을 타고 한밤중에 도착한 이곳이 내가 느끼는 고향 집이다. 구포1동 426번지, 지금은 살고 있는 곳의 동 호수도 헷갈리지만 뚜렷이 기억하는 나의 고향 집이다. ‘이층 다다미 집!’
(김은주 작가, 39p)
가을이다. 어디로 떠나야만 할 것 같다. 섬진강 어느 민박에서 누군가가 나를 기다리며 따뜻한 빵과 커피를 준비하고 있을 것만 같다.
(노경옥 작가, 52p)
가끔 딸 셋이 모여서 옛날이야기를 한다. 우리가 시골에서 태어났는데도 대학에 갈 수 있었던 건 할아버지가 물려주신 땅이 있었기 때문이고, 엄마 아빠가 지은 농사를 잘 갈무리해 준 할머니 덕분이라고…. 큰언니가 “너는 할머니를 가장 싫어했으면서 살림하는 모습은 꼭 할머니 닮았더라.” 나도 모르게 나는 어린 시절의 시선은 할머니 살림법을 보고 있었나 보다. 세월이 흐를수록 고망쥐처럼 살림을 해주셨던 할머니의 손길에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살아계실 때는 몰라서 고맙다는 표현을 못 해 드린 것이 그저 죄송할 따름이다. 뒤늦게 나의 할머니 신옥진 여사에게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박정금 작가, 65p)
파란색을 좋아해요. 시원하기도 하고, 내가 좋아하는 것들은 대부분 파란색이에요. 글씨 쓰는 걸 좋아해서 필사를 자주 합니다. 제일 좋아하는 책이 주로 시집이기 때문에 시를 필사해요. 그림 그리는 것도 좋아합니다. 무언가가 내 손을 통해 새로운 작품으로 태어나는 게 좋습니다. 내 생각이나 이야기를 기록하는 것도 좋고, 다른 사람들의 얘길 듣는 것도 좋아해요. 잔잔한 노래 듣고 가만히 멍때리는 것도 좋아해요. 고래도 좋아해요. 고양이랑 토끼가 좋아요. 복숭아가 좋아요. 저는 그래서 여름이 좋아용.
(송다은 작가, 69p)
누군가 부모님에 관해 물어오면 내 머릿속 편집기가 돌아간다. 좋았던 기억을 하나씩 찾아 편집해 멋진 나의 부모님을 회상하며 답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나에게 있어 부모님은 좋은 기억도 있지만 마냥 좋지 못한 기억들도 상당히 있다. 어쩌면 좋은 모습보다 누군가에게도 말하지 못한 안 좋은 기억이 더 클지도 모른다.
(신기혜 작가, 86p)
“나 잡아봐라!”
재빠른 세월이 휙 추월하면서 힐끗 뒤돌아보며 날 놀리는 것 같다. 언제부터인지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시작된 중년의 삶, 벌써 결혼한 지 15년.
“내가 어떻게 세월을 잡니? 그건 불가능해! 난 너를 붙잡지 않고 그냥 동행하고 싶어!”
(양순옥 작가, 94p)
인천에서 초중고를 다닌 나는 고등학생 시절 영화광이었다. 집 근처에 극장이 많았다. 친구들과 나는 극장 간판이 바뀌면 바로 영화 보러 극장에 갔다. 그중 문화극장은 개봉영화를 상영하는 나름 고급 극장이었다. 그 시절, 시험 끝나는 날은, 인천 바닥 극장엔, 선생님들이 쫙 깔린다. 극장 갔다 걸리면 담임선생님한테 넘겨져 교무실에 끌려가서 야단맞고, 반성문 쓰고, 심하면 부모님도 모셔 와야 했다. 집에서 두들겨 맞고 쫓겨날 수도 있다. ‘아~ 쪽팔려.’ 하지만, 우리는 한 번도 걸린 적 없다.
(오경민 작가, 130p)
어제저녁으로 아이에게 돼지갈비찜을 해 주었다. 아침은 간편한 식사로, 점심은 학교 급식으로 끼니를 해결하고 저녁은 친구들과도 간혹 외식하니 제대로 된 집밥을 해 주지 못한 미안함에 정성을 들여 돼지갈비찜을 만들었다. 압력솥에 푹 고아진 돼지 갈빗살의 부드럽고 촉촉한 질감이 아이의 입맛에 맞았는지 양손 엄지척을 하며 “엄마, 장사해도 되겠다”라고 칭찬해 주었다. 과장하지 말라며 말은 했지만, 아이가 밥을 3번 먹는 모습을 보며 흐뭇했다. 뱃고래가 작아 적게 먹어 걱정인데 아이가 더 잘 먹을 수 있도록 요리 솜씨를 갈고 닦아야 겠다.
(이민정 작가. 142p)
어릴 적, 의왕시 삼동에 살면서 낚시를 좋아했던 아버지를 따라 동생들과 호수에서 놀던 기억이 난다. 입질하는 붕어와 우렁을 잡고 놀다가 물속에 가라앉는 신발을 찾느라 옷이 젖었다. 엄마의 등짝 스매싱으로 대낮인데도 별을 본 적 있다. 옷이 다 젖은 상태로 동생들과 나는 깔깔거리며 땅거미가 내릴 때까지 둑방을 뛰어다녔었다.
(이인 작가, 148p)
문득 바라본다는 것은 사랑의 또 다른 시작이다. 시선이 머물고 문득 바라봄이 시작될 때 상대방의 슬픔과 외로움 고민 등이 성큼 내게도 다가온다. 가끔은 무방비일 때 다가오는 상대방의 감정 덩어리들이 부담스러워 애써서 시선을 피할 때도 있고 부담감 속에도 어느새 다시 바라봄을 유지하는 내가 기특할 때도 있다. 봄꽃같이 향기롭고 감미로운 관계만 사람과 사람 사이에 있을 순 없으니 문득 바라보며 느껴지는 가을 같은 쓸쓸함과 겨울 같은 매운 아픔도 품을 수 있는 넓은 마음 그릇을 갖고 싶다고 나무를 바라보며, 들꽃을 바라보며 속닥여 본다.
(이정진 작가, 164-165p)
고등학교 다닐 때, 방과 후 학원에 다니면서 시장 안에서 분식(떡볶이, 순대, 튀김)을 맛있게 먹고 안양 1번가에서 쇼핑하며 수업을 기다리는 시간이 떠올라요. 버스 타고 안에서 친구들과 함께 과자를 먹으며 이야기하며 등교하던 시간도 그립네요. 이때는 가방이 무거워도 친구들과 이야기하느라 잠시 잊고 행복한 시간을 보내게 되어 좋았어요. 이 친구들과 졸업 후에도 여행을 다니면서 지금도 연락하며 지내고 있어요. 오랜만에 봐도 뭐 그리 할 말들이 많은지…. 자주 만난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이것이 정말 친구인가 봐요.
(정훈채 작가, 182p )
<서지정보>
초판 1쇄 2023년 11월 15일
글쓴이 의왕이웃작가
펴낸곳 이분의일
판형 148*210
페이지수 192p
ISBN 979-11-92331-77-5 (03810)
(주)이분의일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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