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2023우리가치인문동행 지원사업으로 시작된
과천이웃작가 수요반 이야기
<지은이 소개>
과천이웃작가 - 수요반
김명옥, 김은녕, 김형임, 박성남, 신지현, 윤지유, 이선화
<책 미리보기>
10월 들어 관악산 계곡을 자주 찾아갔다. 집에서 나와 과천보건소 뒷길을 지나 관악산 둘레길을 걷다 보면, 구세군 뒷산이 나온다. 그 뒷산 둘레길을 천천히 5분쯤 걷다 보면 관악산 계곡에 다다른다. 여름에는 사람들이 많아 복잡하고 소란스러워 가볼 엄두가 나지 않았다. 10월에 접어들면서 인적이 드물어서 관악산 계곡이 나의 산책 코스가 되었다. 글감을 고민하며 걷다 보면 어느새 내 발걸음은 관악산 계곡에 다다라 있었다. 예년 같으면 계곡물도 시냇물도 바짝 마를 시기인데 10월에도 비가 몇 번 내려서 인지, 제법 물이 불어 작은 폭포를 이뤄 물소리가 맑고 청아하다. 작은 시냇가엔 오후 햇살이 반짝반짝 빛나고 산 그림자가 드리워져 맑은 물속에 한 폭의 산수화가 그려져 있어 나는 한참 산수화 구경에 빠지곤 한다.
(김명옥 이웃작가, 10-11p)
이제 와서 또 뭘 새로이 시도하나 하는 생각도 삐쳐 나오지만, 인생길이 언제까지 펼쳐질지 모르니 새로운 계획과 꿈을 꾸고 도전해보는 자체가 귀한 일이라고 믿는다. 아직도 생각이 자주 바뀌기도 하지만 욕심 한 스푼을 더한다면 남편이 조금 일찍 은퇴하는 것이다. 조금이라도 젊고 건강할 때 세계의 아름다운 자연을 보고 느끼면서 우리 부부의 황혼을 더욱 다채롭게 물들이고 싶다. 이보다 약간 더 비현실적일지 모르지만, 기회가 주어진다면 나의 작은 작업실과 남편의 막걸리 도가를 지구촌 어느 한 모퉁이에서 시작하여 세계 각처에서 오고 가는 사람들에게 좋은 추억과 활력을 주는 노부부의 모습을 꿈꾸어 본다. 이와 같은 계획들이 설사 이루어지지 않더라도 앞으로의 여행길에 만나게 될 다른 사람들에게 좋은 영감을 주고 기여할 수 있는 삶을 살아가고 싶다.
(김은녕 이웃작가, 55-56p)
한옥은 마당이 깊었는데 가운데에 수도가 있었다. 여자들은 식사 준비 때엔 그 앞에 모였다. 나도 곁에 쪼그려 앉아 외할아버지 고무신을 닦곤 했는데 어른들의 수다를 듣는 재미가 컸다. 수도 뒤 지하엔 컴컴한 작은 창고, 그 옆 계단 위에는 장독대가 있었다. 비가 오면 토독 토독 빗방울 소리에 고향 집 생각이 났다. 빗소리는 고향의 소리, 그리움. 엄마와 동생들이 보고 싶어 눈물이 나기도 했다. 외할머니께 들킬까 봐 손등으로 눈을 가렸다. 한옥 다락은 자질구레한 물건들로 어지러웠지만, 외가에서 가장 편한 곳. 천정이 낮아 기어 다녔지만, 안식처가 되었다. 외할아버지의 잔소리와 간섭을 피해 올라가 상상의 나래를 폈던 내 최애 공간이다.
(김형임 이웃작가, 77p)
내 인생을 돌아보면은 라면과 같다. 라면은 면을 수프나 건더기 등과 함께 물에 넣어서 끊인 국수 형태의 간편식 요리이다. 어린 시절에 라면에 대한 추억이 떠오른다. 시골에서 동네 친구들하고 모여서 열정적으로 먹었던 기억과 군에 있을 때 전우들과 배고픔을 달래려고 먹었던 기억이 아련하다. 미국의 심리학자 에이브러햄 매슬로(Abraham Maslow)는 1943년에 매슬로의 5단계 요구에서 인간의 욕구가 중요도별로 형성하는데, 첫 번째 단계가 생리적 욕구(Physiological)로 허기를 면하고, 생명을 유지해 주는 것이 음식이란다.
예를 들면은 유명 축구선수가 “무슨 라면 어때? 역시 무슨 라면이지!”라고 제품을 홍보한다. 이 광고를 보면 나도 모르게 100g당 580kcal 라면을 먹게 되는데 베타 엔도르핀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어느 신경정신과 의원은 베타 엔도르핀이 행복감 상승, 기억력 강화, 인내력 강화, 면역력 상승효과도 있단다. 얼마나 좋으면 삶에서 오감(감각)을 느낄 수 있겠는가. 빨간색 봉지를 찢으면 요란한 소리가 나고, 코를 자극하는 소고기 국물향, 혀를 자극하는 얼큰한 국물 맛, 10g의 단백질은 내 몸에 남아있는 촉각적 만남이다. 이렇게 라면은 생활에서 언제나 먹을 수 있어서 좋고, 가족과도 함께할 수 있고, 산에 가서도 편리하게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가격도 저렴하고, 인간의 생리적인 욕구를 해결해 주고, 베타 엔도르핀 효과도 있다. 따라서 내 삶을 음식에 비유하자면 라면과 같다. 내가 살아가면서 매슬로의 생리적인 욕구인 음식이듯이 내 삶은 라면과 같다. 브라보 인생이다.
(박성남 이웃작가, 92-93p)
나는 평소에는 말 한마디 제대로 먼저 나서서 하는 성향은 아니지만 분노할 지점에선 분노할 줄 알았다. ‘나’라는 존재가 시원하게 속내를 보여준 적이 없어 대부분 사람은 내가 그저 현실에 순응하고 살아갈 거라 여길지도 모르지만 늘 세상 속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며 정의롭지 못한 것엔 분노하고 입으로 할 수 없다면 글로써 기어코 한소리를 하고야 마는 내 숨겨진 성격을 이 글을 통해 생애 처음 고백한다.
(신지현 이웃작가, 111p)
운전을 배워야겠다고 했을 때 남편은 들은 척도 안 했다. 학습지 강사를 하며 2년 동안 양손에 교재 가방을 들고 버스를 타고 다녔다. 내게는 운전이 절실했다. 학원에 등록도 내 맘대로 했고 면허증을 취득하자마자 빨간빛 마티즈 조이를 무조건 샀다. 엄청 화를 낼 줄 알았는데 일을 저지르고 나니 의외로 침착하게 대했다. 그러나 처음 조이를 본 순간 눈이 동그래져 쳐다보던 그 표정을 잊을 수가 없다. 겁이 많은 성격이라 운전은 생각도 못 했던 일이다. 놀이공원에 가도 무서운 것은 잘 타지도 못했고 평소 남편 차에 관해 관심도 통 없었다. 조이는 그런 나를 잘 이끌어 주었다. 처음엔 차선을 바꾸지 못해서 주위를 뱅뱅 돌아다니기도 몇 차례 했다. 조이와 함께 아파트 단지 곳곳을 누비고 다녔다. 조이가 생기니 아이들 만나러 다니는 노선이 자유로워졌고 수입도 배가 되었다.
(윤지유 이웃작가, 142p)
예순의 나이에 만 아홉 살이 채 안 된 친구가 생겼다. 언제나 웃으며 장난스럽게 나와 공부하는 소연이다. 난 그 아이의 학습지 교사다. 소연이가 파란 하늘을 사진으로 찍어 카톡으로 보냈다. 멋진 하늘을 보고 사진을 찍고 내게 보낸 것이 기특해서 답장을 보냈다. 그랬더니 지금 할아버지 댁에 있는데 심심해서 내게 연락했다고 말했다. 사랑스러웠다. 또, 하루는 하얀 백로가 지나가는 푸른 들판 사진을 찍어서 보냈다. 그다음에는 싱가포르 가족 여행 중에 호텔 사진과 황홀한 불빛이 찬란한 거리의 사진을 몇 장 찍어서 보냈다. 이렇게 아이는 자신의 소중한 시간 속에 나를 초대해 준다. 이런 9살 소연이가 나의 소중한 친구여서 참 좋다.
(이선화 이웃작가, 150p)
<서지정보>
초판 1쇄 2023년 11월 22일
글쓴이 과천이웃작가-수요반
펴낸곳 이분의일
판형 148*210
페이지수 170p
ISBN 979-11-92331-78-2 (03810)
<책 소개>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2023우리가치인문동행 지원사업으로 시작된
과천이웃작가 수요반 이야기
<지은이 소개>
과천이웃작가 - 수요반
김명옥, 김은녕, 김형임, 박성남, 신지현, 윤지유, 이선화
<책 미리보기>
10월 들어 관악산 계곡을 자주 찾아갔다. 집에서 나와 과천보건소 뒷길을 지나 관악산 둘레길을 걷다 보면, 구세군 뒷산이 나온다. 그 뒷산 둘레길을 천천히 5분쯤 걷다 보면 관악산 계곡에 다다른다. 여름에는 사람들이 많아 복잡하고 소란스러워 가볼 엄두가 나지 않았다. 10월에 접어들면서 인적이 드물어서 관악산 계곡이 나의 산책 코스가 되었다. 글감을 고민하며 걷다 보면 어느새 내 발걸음은 관악산 계곡에 다다라 있었다. 예년 같으면 계곡물도 시냇물도 바짝 마를 시기인데 10월에도 비가 몇 번 내려서 인지, 제법 물이 불어 작은 폭포를 이뤄 물소리가 맑고 청아하다. 작은 시냇가엔 오후 햇살이 반짝반짝 빛나고 산 그림자가 드리워져 맑은 물속에 한 폭의 산수화가 그려져 있어 나는 한참 산수화 구경에 빠지곤 한다.
(김명옥 이웃작가, 10-11p)
이제 와서 또 뭘 새로이 시도하나 하는 생각도 삐쳐 나오지만, 인생길이 언제까지 펼쳐질지 모르니 새로운 계획과 꿈을 꾸고 도전해보는 자체가 귀한 일이라고 믿는다. 아직도 생각이 자주 바뀌기도 하지만 욕심 한 스푼을 더한다면 남편이 조금 일찍 은퇴하는 것이다. 조금이라도 젊고 건강할 때 세계의 아름다운 자연을 보고 느끼면서 우리 부부의 황혼을 더욱 다채롭게 물들이고 싶다. 이보다 약간 더 비현실적일지 모르지만, 기회가 주어진다면 나의 작은 작업실과 남편의 막걸리 도가를 지구촌 어느 한 모퉁이에서 시작하여 세계 각처에서 오고 가는 사람들에게 좋은 추억과 활력을 주는 노부부의 모습을 꿈꾸어 본다. 이와 같은 계획들이 설사 이루어지지 않더라도 앞으로의 여행길에 만나게 될 다른 사람들에게 좋은 영감을 주고 기여할 수 있는 삶을 살아가고 싶다.
(김은녕 이웃작가, 55-56p)
한옥은 마당이 깊었는데 가운데에 수도가 있었다. 여자들은 식사 준비 때엔 그 앞에 모였다. 나도 곁에 쪼그려 앉아 외할아버지 고무신을 닦곤 했는데 어른들의 수다를 듣는 재미가 컸다. 수도 뒤 지하엔 컴컴한 작은 창고, 그 옆 계단 위에는 장독대가 있었다. 비가 오면 토독 토독 빗방울 소리에 고향 집 생각이 났다. 빗소리는 고향의 소리, 그리움. 엄마와 동생들이 보고 싶어 눈물이 나기도 했다. 외할머니께 들킬까 봐 손등으로 눈을 가렸다. 한옥 다락은 자질구레한 물건들로 어지러웠지만, 외가에서 가장 편한 곳. 천정이 낮아 기어 다녔지만, 안식처가 되었다. 외할아버지의 잔소리와 간섭을 피해 올라가 상상의 나래를 폈던 내 최애 공간이다.
(김형임 이웃작가, 77p)
내 인생을 돌아보면은 라면과 같다. 라면은 면을 수프나 건더기 등과 함께 물에 넣어서 끊인 국수 형태의 간편식 요리이다. 어린 시절에 라면에 대한 추억이 떠오른다. 시골에서 동네 친구들하고 모여서 열정적으로 먹었던 기억과 군에 있을 때 전우들과 배고픔을 달래려고 먹었던 기억이 아련하다. 미국의 심리학자 에이브러햄 매슬로(Abraham Maslow)는 1943년에 매슬로의 5단계 요구에서 인간의 욕구가 중요도별로 형성하는데, 첫 번째 단계가 생리적 욕구(Physiological)로 허기를 면하고, 생명을 유지해 주는 것이 음식이란다.
예를 들면은 유명 축구선수가 “무슨 라면 어때? 역시 무슨 라면이지!”라고 제품을 홍보한다. 이 광고를 보면 나도 모르게 100g당 580kcal 라면을 먹게 되는데 베타 엔도르핀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어느 신경정신과 의원은 베타 엔도르핀이 행복감 상승, 기억력 강화, 인내력 강화, 면역력 상승효과도 있단다. 얼마나 좋으면 삶에서 오감(감각)을 느낄 수 있겠는가. 빨간색 봉지를 찢으면 요란한 소리가 나고, 코를 자극하는 소고기 국물향, 혀를 자극하는 얼큰한 국물 맛, 10g의 단백질은 내 몸에 남아있는 촉각적 만남이다. 이렇게 라면은 생활에서 언제나 먹을 수 있어서 좋고, 가족과도 함께할 수 있고, 산에 가서도 편리하게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가격도 저렴하고, 인간의 생리적인 욕구를 해결해 주고, 베타 엔도르핀 효과도 있다. 따라서 내 삶을 음식에 비유하자면 라면과 같다. 내가 살아가면서 매슬로의 생리적인 욕구인 음식이듯이 내 삶은 라면과 같다. 브라보 인생이다.
(박성남 이웃작가, 92-93p)
나는 평소에는 말 한마디 제대로 먼저 나서서 하는 성향은 아니지만 분노할 지점에선 분노할 줄 알았다. ‘나’라는 존재가 시원하게 속내를 보여준 적이 없어 대부분 사람은 내가 그저 현실에 순응하고 살아갈 거라 여길지도 모르지만 늘 세상 속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며 정의롭지 못한 것엔 분노하고 입으로 할 수 없다면 글로써 기어코 한소리를 하고야 마는 내 숨겨진 성격을 이 글을 통해 생애 처음 고백한다.
(신지현 이웃작가, 111p)
운전을 배워야겠다고 했을 때 남편은 들은 척도 안 했다. 학습지 강사를 하며 2년 동안 양손에 교재 가방을 들고 버스를 타고 다녔다. 내게는 운전이 절실했다. 학원에 등록도 내 맘대로 했고 면허증을 취득하자마자 빨간빛 마티즈 조이를 무조건 샀다. 엄청 화를 낼 줄 알았는데 일을 저지르고 나니 의외로 침착하게 대했다. 그러나 처음 조이를 본 순간 눈이 동그래져 쳐다보던 그 표정을 잊을 수가 없다. 겁이 많은 성격이라 운전은 생각도 못 했던 일이다. 놀이공원에 가도 무서운 것은 잘 타지도 못했고 평소 남편 차에 관해 관심도 통 없었다. 조이는 그런 나를 잘 이끌어 주었다. 처음엔 차선을 바꾸지 못해서 주위를 뱅뱅 돌아다니기도 몇 차례 했다. 조이와 함께 아파트 단지 곳곳을 누비고 다녔다. 조이가 생기니 아이들 만나러 다니는 노선이 자유로워졌고 수입도 배가 되었다.
(윤지유 이웃작가, 142p)
예순의 나이에 만 아홉 살이 채 안 된 친구가 생겼다. 언제나 웃으며 장난스럽게 나와 공부하는 소연이다. 난 그 아이의 학습지 교사다. 소연이가 파란 하늘을 사진으로 찍어 카톡으로 보냈다. 멋진 하늘을 보고 사진을 찍고 내게 보낸 것이 기특해서 답장을 보냈다. 그랬더니 지금 할아버지 댁에 있는데 심심해서 내게 연락했다고 말했다. 사랑스러웠다. 또, 하루는 하얀 백로가 지나가는 푸른 들판 사진을 찍어서 보냈다. 그다음에는 싱가포르 가족 여행 중에 호텔 사진과 황홀한 불빛이 찬란한 거리의 사진을 몇 장 찍어서 보냈다. 이렇게 아이는 자신의 소중한 시간 속에 나를 초대해 준다. 이런 9살 소연이가 나의 소중한 친구여서 참 좋다.
(이선화 이웃작가, 150p)
<서지정보>
초판 1쇄 2023년 11월 22일
글쓴이 과천이웃작가-수요반
펴낸곳 이분의일
판형 148*210
페이지수 170p
ISBN 979-11-92331-78-2 (03810)
(주)이분의일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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