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던 고등학교 생활 에피소드와
음악 교사이자 Saturday Writer(토요 작가)인 김은하의
아주 사적인 일상 에세이.
2023년 3월부터 2024년 2월까지 저의 일상을 가득 채웠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고등학교’에 출근하면서 매일 만나는 17살~19살의 고등학생들과 주변 선생님들과의 ‘특별한’ 이야기입니다. 때로는 학교를 벗어난 일상의 소재들을 담기도 했습니다. 머릿속 나만의 생각으로 그치지 않고 ‘기록해 놓아 함께 나누고 싶은 이야기’를 글로 풀어보았습니다.
‘학교’라는 곳이 매년 비슷한 프로그램 속에 아이들만 바뀌는 곳이지만, 같은 프로그램 속에서도 늘 새로운 깨달음을 얻기도 하고, 깊이 생각할 가치를 남겨주는 곳이기도 하다는 것을 느낍니다. 또 매년 바뀌는 앳된 아이들을 통해 깜짝 놀랄만한 것들을 배우게 된다는 사실에 정신이 번쩍 들기도 합니다. 학교는 늘, ‘배움의 장소’라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하며, 매일의 평범한 출근길이지만, 옷매무새를 정리하고 마음을 다잡아 보며 ‘오늘의 배움’을 받아들일 준비를 해 봅니다.
2021년부터의 <슬기로운 고등학교 생활>이 2023년에도 계속될 수 있었음에 감사드리고, 저의 글에 등장한 수많은 학생과 선생님과 주변의 모든 분께 진심으로 고마운 마음을 전합니다. 무엇보다도 힘겹던 시간에 함께 짐을 져주었고 무채색이었던 나의 시간에 빛나는 색채감을 입혀 주었던 나의 파스칼들에게 특별한 마음을 전합니다. 슬기로운 고등학교 생활은 계속 이어집니다.
<지은이 소개>
김은하
https://brunch.co.kr/@clavecin
https://www.facebook.com/clavecin
고등학교 음악교사입니다.
음악, 미술, 예술, 인문학, 교육 등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쓰고 있습니다.
서울대학교 음악대학 작곡과 졸업
서울대학교 대학원 사범대학 교육학과 음악교육 석사
서울보성여자고등학교 교사
안산동산고등학교 음악교사 (1995.03.~ 2024.06. 현재)
중학교, 고등학교 음악교과서 저자(천재교육 / 1999~2009)
슬기로운 고등학교 생활 2021 저자 (이분의일 / 2022)
슬기로운 고등학교 생활 2022 저자 (이분의일 / 2023)
슬기로운 고등학교 생활 2023 저자 (이분의일 / 2024)
반짝반짝 작은별 2021 저자 (이분의일 / 2023)
반짝반짝 작은별 2022 저자 (이분의일 / 2023)
반짝반짝 작은별 2023 저자 (이분의일 / 2024)
#음악 #미술 #예술 #인문학 #교육 #고등학교음악 #에세이 #교사 #예술가 #에세이스트
<작가의 말>
매주 토요일에 일주일을 돌아보며 저의 마음에 담겨 생각에 잠기게 했던 소재들을 꺼내서 글로 풀어내는 일을 습관처럼 하고 있습니다. 때로는 일주일 내내 저를 가득 채웠던 깨달음들이 술술 글로 풀어지기도 하지만, 어떤 소재로 글을 써야 할지 오랜 시간 갈피를 못 잡아 힘들 때도 있습니다. 글이 잘 써지는 날도, 소재를 찾는 것부터 힘들던 날도, 단 한 가지 생각은 동일합니다. ‘글을 써야 해!’
이런 글을 읽었습니다. ‘잘하는 사람, 좋아서 하는 사람, 즐기며 하는 사람, 계속하는 사람’. 글쓰기를 잘하지는 못하지만, 좋아하고 있고 즐기며 하고 있으며 무엇보다 계속하고 있는 사람에는 속할 것 같습니다. 이렇게 계속하다 보면, 조금씩 더 글을 잘 쓰게 되지 않을까 소망해 봅니다.
누군가가 저에게 질문했습니다. ‘글을 쓰는 이유가 무엇인가요?’ 저도 생각해 봅니다. ‘왜 글을 쓰고 있는 걸까?’ ‘왜 글을 쓰고 싶은 걸까?’ 저도 아직 해답을 찾지 못했는데, 또 다른 누군가가 이렇게 대답해 주었습니다. ‘글을 쓰면서 치유가 된다고 합니다.’
예민하던 성격이 언젠가부터 무뎌지고 덤덤해지고 있는 것을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누군가에게 또는 무엇인가에 의해 상처받은 마음을 치유하기 위한 글쓰기보다, 마음과 머리에 쌓여있는 것들을 눈에 보이게 기록하기 위한 글쓰기라는 것이, 말로 쏟아내는 것이 잘 맞지 않는 저에게는 훨씬 더 적당한 표현 같습니다.
매일의 삶, 일주일, 한 달과 1년의 삶이 흔적 없이 사라지지 않도록 귀하게 담고 싶다는 마음이 늘 있습니다. 좋은 것들과 아름다운 것들만 가득하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한 우리의 삶의 여정을 보며 계속 의문이 들기도 합니다. ‘삶이 왜 이러는 걸까?’라는 생각을 계속합니다. 고개가 끄덕여지고 이해가 되는 삶의 과정이 아니기에, 더 깊은 생각에 잠기며 더 진중하게 글을 써 보고 싶다는 생각을 늘 하게 됩니다.
2023년의 첫 글부터 마지막 52번까지의 이야기들, 그 속에 글로 풀어낼 수 없는 수많은 감정과 시간 속에 함께 했던 절대자의 생각을 조금이라도 제대로 알고 싶고, 그 오묘한 섭리 가운데에 저와 우리 인간을 놓아 보고 싶습니다.
살아갈수록 이해할 수 없는 인생길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천천히 조심스럽게 걸어가 봅니다. 궁극적으로는 내 삶을 받아들여야 하고 살아내야만 하는 것은 나 자신이기에.
늘 아쉽고 안타까운 마음을 담아 과거를 돌아보고, 곧 과거가 되어버릴 현재를 힘겹게 살아가는 저의 삶을, 저의 시간을, 회피하지 않고 담담히 받아들이는 연습을, 오늘도 해 봅니다. 그리고 아직 살아보지 않았기에 기대에 가득 찬 소망을 담아 미래를 바라봅니다.
나의 미래를, 또 우리의 미래를, 내가 그리고 우리가 이해할 수 있고 받아들일 수 있기를 그리고, 아름다웠다고 말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오늘도 글을 씁니다. 고맙습니다.
2024.03.10.(일) 서울
<책 미리보기>
그렇다고 1기가 서로를 잘 챙겨주고 애틋하게 생각하며 친밀한 것도 아니다. 하지만 ‘1기’라는 말에는 굉장히 깊은 의미가 있다.
- 우리는 아무것도 없는 곳에 (믿음으로) 왔고, 바닥에서부터 시작했고, 즐거움, 기쁨, 아픔, 슬픔과 고통, 그 모든 과정을 함께해 왔어.
나에게 ‘1기’는 그런 의미다. 무엇보다 즐거움을 함께했던 사람들이라기보다, 고통과 슬픔과 상처를 함께 겪어온 사람들이라는 것. 특히 유명한 곳이어서 온 것이 아니라 무명(無名)한 곳에 믿음으로 왔던 대단한 사람들 가운데에 내가 함께 속해있다는 것이 얼마나 자랑스러운지….
- <제5화 이곳입니다!> 중 (p.33) -
‘개천에서 용이 난다’라는 말은, 어려운 환경에 주저앉지 않고 노력하여서 성공한 삶을 이뤄냈다는 말이기에, 희망과 꿈이 담긴 좋은 말이고, 지금도 이 말이 곳곳에서 이루어지고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또 반드시 그래야만 하고. 그런데 지금은 실현되기가 무척 어려운 시대가 되어서 매우 슬프다.
어려운 환경에서 태어나고 자랐지만 성공하고 싶다는 ‘꿈’이 있으면, 인생길에서 나를 일으켜 줄 수 있는 사람들을 만나게 되고 기회가 생기게 될 텐데, 이런 꿈조차도 꾸지 않고 또는 꾸지 못하고 살아가는 아이들이 있지 않을까 돌아보게 된다.
석탄박물관 한쪽에는, 박물관이 만들어질 때 기증한 사람들의 이름이나 단체가 새겨져 있었다. 그것을 보면서 나는 왠지 뿌듯했다. 광부로서 지난한 삶의 기록을 이곳에 자기의 이름으로 뚜렷하게 남겨 놓다니…. 감사했고 고마웠다. 환경에 주저앉지 않아서….
- 어린 시절에 가난했었어요??
- 그랬죠….
오래전 D와의 대화 중 나왔던 이야기…. 이렇게 응답했다.
- 잘 자랐네요….
저는 어려운 환경을 딛고 잘 자란 사람이 좋더라고요….
- <제6화 잘 자랐네요> 중 (p.40~41) -
- 글을 쓰는 이유가 뭐야??
나에게 질문했던 E에게 이렇게 대답했다.
- 매일 매일의 삶이 귀하고 소중해서요….
- 나의 삶을 기록해 놓고 싶어요….
- <제18화 글을 쓰는 이유가 뭐야??> 중 (p.105~106) -
아주 오래전 우리 반 아이 A와 상담하던 중 그가 했던 이야기가 가끔 떠오른다. A는 우리 반의 상위 그룹에 있던 성적이 우수한 학생이었다.
- 꿈이 뭐야??
- (주저함 없이) 회사원이요!
- (깜짝 놀라며) 회사원이라니…. 다른 직업을 말해봐.
- 저는 사람들이 이상한 것 같아요. 모두 다 회사에 다닐 거면서, 왜 회사원이 꿈이 되면 안 되는 거죠??
1학년 때부터의 진로가 수시에도 큰 영향을 미치던 그 시절, 날카롭게 현실을 비꼬는 A의 말이었지만, 담임 교사로서 있는 그대로 수긍할 수는 없었다.
- (흠칫 놀라면서도 침착하게) 흠…. 아직 1학년이니까 그래도 다른 직업을 생각해 보면 어떨까?? 이과 계열로 가고 싶어 하니까, 의사나 아님. 공과 계열은 어떨까??
- 아뇨…. 그냥 회사원으로 적어주세요.
- 정말?? 진짜로 네가 원하는 건 뭔데??
- 회사원이 되어서 돈을 많이 벌고 싶어요!!
- <제23화 회사원이 되고 싶어요!!!> 중 (p.133~134) -
강의 마지막 날을 기억한다. 그날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에 서글픈 마음으로 참석했고 강의가 끝난 뒤 B를 눈으로 찾았으나 보이지 않았다. 그날따라 엘리베이터 3곳 앞에는 사람들이 한가득 줄을 서 있어서 다른 곳 엘리베이터 앞에 서 있었고 내 앞의 사람들이 내려간 뒤 마지막으로 엘리베이터를 탔다. 속으로는 이렇게 생각했다.
- 이렇게 시간이 지체되다니, 마지막 모습을 보지 못하겠군….
엘리베이터에서 내려서 옆 계단으로 내려가면서 나는 멈칫 멈췄다. 바로 거기에, B가 스승과 함께 이야기하며 걸어가고 있었으니까. 나는 그 옆을 스쳐 주차장으로 갔고 B는 스승과 헤어져서 내 뒤를 따라오고 있었다. 예술의전당 대한음악사 복도 양옆에 있는 유리 벽면을 통해 뒤따라오는 B를 보면서 주차장으로 갔고 그렇게 이별하는 줄 알았다. 그때 내가 신었던 와인색 구두의 ‘또각또각’ 굽 소리가 얼마나 크게 들렸던지, 지금도 내 귀에 선명하다.
주차장 몇 층에 내 차가 있었는지, B는 또 몇 층으로 갔는지 기억나지 않지만, 차를 탄 후 보통 때처럼 F 게이트로 나가려는데 게이트 공사를 한다고 차를 돌려야 했다. 내 차를 돌리면서 내 앞을 마주 보며 오는 B의 차와 서로 스쳐 지나갈 때, 나는 심장이 멎는 줄 알았다. 속으로 이렇게 외쳤다.
- 아! B다!!
- <제33화 노력하지 않아도> 중 (p.191~192) -
초등학교 1학년 담임 선생님이었던 A가 다른 학교로 전근을 가면서 2학년이 되는 학급 아이들에게 이렇게 이야기했다고 한다.
- 너희에 대해 자세히 알고 있는 사람이 선생님밖에 없지만 걱정하지 마. 선생님이 너희 2학년 담임 선생님들께 너희에 대해 자세하게 말씀드려 놓을게.
- 선생님이 자주 학교에 찾아올게.
- 학교에 아는 선생님이 없다고 슬퍼하지 마.
- 새로운 담임 선생님도 곧 익숙하게 될 거야.
나는 이 말을 듣고 눈물이 났었다. 인생에서 처음 들어온 거대한 ‘학교’라는 곳에서 알고 있는 선생님이 딱 1명이었지만, 이제는 아는 선생님이 아무도 없게 된 초등학교 1학년 아이들을 남겨 놓고 떠나는 담임 선생님의 저 애틋한 마음이라니….
- <제34화 나에게 사과해!> 중 (p.227) -
학교에서는 늘 이런 이야기가 들려온다.
- 어떤 녀석이 어느 선생님에게 이렇게 대들었대요.
- 졸지 말라고 했더니, 자기는 이 수업의 필요성을 못 느낀다고 했다네요….
- 어떤 학부모가 이렇게 저렇게 수업해달라고 전화했다네요….
학교 교칙에 대해서, 선생님에 대해서, ‘학교’라는 곳에 대해서, 예전과 다른 관점과 태도를 보이는 학생과 학부모로 가득 차 있다. 일단은 ‘대학입시’에 모든 것의 성패를 걸고 있으니, 그 외의 것을 이야기하고 가르치려는 것은 대단한 용기와 각오가 필요하다.
어떤 과목을 선택해야 진로에 유익한지를 듣고 싶어 하지,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들을 때는 고개가 숙어지고 눈빛이 흐려지는 것을 경험한다. 교복, 친구 관계, 예의 등의 이야기가 허공에 퍼지는 것을 보며, F에게 학교에 왜 다니고 있는지 물었더니 이렇게 대답했다.
- 일단은, 졸업장이 필요해서요….
아이들은 학교 수업보다 학원 강의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고, 교칙을 지키는 사람보다 1점이라도 더 잘 받아서 의대에 가기를 원한다. 그런데 나는, 점수 올리는 방법보다, ‘이렇게 저렇게 사는 건 어떨까’를 더 말하는 사람인데….
인생에 관해 이야기할 때 눈빛이 반짝이는 아이들과의 교감을 경험한 교사로서, 예전과 다른 학생과 학부모를 어떻게 대하며 지내야 할까…. 찬란했던 옛날을 그리워하며 지내야 할까…. 학생이 변하기를 기대하는 것 자체가 어려운 지금, 나의 미래를 생각하며 가볍게 직장생활을 하면 되는 걸까….
내가 내린 결론은, 지금의 안타까운 현실을 바라보며 찡그리면서 나의 시간을 채우고 싶지 않다는 것. 온갖 문제가 일어나고 있지만 그 사이사이에 눈길을 끄는 작고 예쁜 것들이 있다는 것. 그건 바로 때때로 나에게 웃음을 안겨주는 아이들의 ‘아이들다움’이었다. 문제아나 반항아의 모습을 띤 10대들이지만, 어이없는 모습으로 또 가끔은 순진하고 유머러스한 모습으로 나의 직장생활을 독특한 색감으로 덧입혀 주고 있었다.
- <제42화 반짝반짝 작은별 2021, 2022> 중 (p.245~247) -
겉으로 보이는 멋지고 화려하고 강인하고 넉넉하고 배려심 많고 사람 좋은 모습과, 바닥까지 경험한 뒤의 후줄근하고 볼품없고 나약하고 질투심 많고 이기적이고 심성 고약한 진짜 참모습은 다를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일 수 있어야 ‘진짜 사랑’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렵고도 놀랍고도 어쩌면 불가능한 일이다. 한 사람을 진정으로 이해하고 받아들이고 정말 사랑한다는 일은….
- 인간은 빛의 형상을 상상함으로써 깨닫는 게 아니라, 어둠을 의식함으로써 깨달음을 얻는다. (칼 융)
C 드라마 감독 K가 드라마를 제작하는 내내 붙들었다는 문구를 읽어보며, 그가 했던 말을 옮겨 본다.
- 우리가 타인에게 보여줄 수 있는 가장 강한 행동은, 결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곁에 머무는 것이다.
대수롭지 않은 일에 예민하여 분노하고 화를 내더라도, 또 서로의 밑바닥을 경험하여 숱한 결점들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떠나지 않고 서로의 곁에 그대로 머물러 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 <제51화 결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곁에 머무는 것> 중 (p297~298) -
2023년의 마지막 글을 쓰는 2월 마지막 토요일인 오늘, 아인슈타인이 했던 말로 2024년을 기대하려 한다.
- 인생을 사는 방법은 두 가지다.
하나는 아무 기적도 없는 것처럼 사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모든 일이 기적인 것처럼 사는 것이다.
- 신은 주사위 놀이를 하지 않는다.
- 우연의 일치는, 신이 익명으로 남기 위해 채택하는 방편이다.
우리의 만남은, 인연은 우연이 아니라 기적과 같은 일이라 깊게 믿어보며, 오래전 내 삶의 주인공이었던 E를 불러내어, 이렇게 말하고 싶다.
- E, 그거 알아? 우리의 만남은, 우리에게 일어났던 일들은 기적이었어. 우연이 아니었다고. 너도 알고 있지??
- <제52화 인연(因緣)-3> 중 (p.304~305) -
일본에서 공부하고 있는 졸업생들도 만났는데, 특히 가장 기억에 남은 것은 연수 2일째 되는 날에 만났던 2기 졸업생, F였다. 아마 졸업한 지 25년 만에 만난 것이 아닐까 싶은 F가 식당에 찾아왔을 때, 정말 뭉클했다. 내가 생각했던 그 얼굴 그대로였고, F는 이렇게 말해서 나를 까무러치게 했다.
- 와아! 선생님, 여전히 고우세요!
여전히 넉살 좋고 까불었던 어린 시절 고등학생 모습이었지만, 이제는 어엿한 가장으로 또 전문 직업인이어서 얼마나 뿌듯했는지 모른다. 25년 전에 만났던 제자를 한국도 아닌 일본에서 다시 만나게 된 이런 인연이라니! 이건, 기적이라고 말할 수 있을 만!
- <제52화 인연(因緣)-3> 중 (p.305~306) -
<서지정보>
초판1쇄: 2024년 7월 22일
글: 김은하
펴낸곳: 이분의일
판형: 152*225mm
페이지수: 310P
ISBN 979-11-988303-2-6(03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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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던 고등학교 생활 에피소드와
음악 교사이자 Saturday Writer(토요 작가)인 김은하의
아주 사적인 일상 에세이.
2023년 3월부터 2024년 2월까지 저의 일상을 가득 채웠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고등학교’에 출근하면서 매일 만나는 17살~19살의 고등학생들과 주변 선생님들과의 ‘특별한’ 이야기입니다. 때로는 학교를 벗어난 일상의 소재들을 담기도 했습니다. 머릿속 나만의 생각으로 그치지 않고 ‘기록해 놓아 함께 나누고 싶은 이야기’를 글로 풀어보았습니다.
‘학교’라는 곳이 매년 비슷한 프로그램 속에 아이들만 바뀌는 곳이지만, 같은 프로그램 속에서도 늘 새로운 깨달음을 얻기도 하고, 깊이 생각할 가치를 남겨주는 곳이기도 하다는 것을 느낍니다. 또 매년 바뀌는 앳된 아이들을 통해 깜짝 놀랄만한 것들을 배우게 된다는 사실에 정신이 번쩍 들기도 합니다. 학교는 늘, ‘배움의 장소’라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하며, 매일의 평범한 출근길이지만, 옷매무새를 정리하고 마음을 다잡아 보며 ‘오늘의 배움’을 받아들일 준비를 해 봅니다.
2021년부터의 <슬기로운 고등학교 생활>이 2023년에도 계속될 수 있었음에 감사드리고, 저의 글에 등장한 수많은 학생과 선생님과 주변의 모든 분께 진심으로 고마운 마음을 전합니다. 무엇보다도 힘겹던 시간에 함께 짐을 져주었고 무채색이었던 나의 시간에 빛나는 색채감을 입혀 주었던 나의 파스칼들에게 특별한 마음을 전합니다. 슬기로운 고등학교 생활은 계속 이어집니다.
<지은이 소개>
김은하
https://brunch.co.kr/@clavec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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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음악교사입니다.
음악, 미술, 예술, 인문학, 교육 등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쓰고 있습니다.
서울대학교 음악대학 작곡과 졸업
서울대학교 대학원 사범대학 교육학과 음악교육 석사
서울보성여자고등학교 교사
안산동산고등학교 음악교사 (1995.03.~ 2024.06. 현재)
중학교, 고등학교 음악교과서 저자(천재교육 / 1999~2009)
슬기로운 고등학교 생활 2021 저자 (이분의일 / 2022)
슬기로운 고등학교 생활 2022 저자 (이분의일 / 2023)
슬기로운 고등학교 생활 2023 저자 (이분의일 / 2024)
반짝반짝 작은별 2021 저자 (이분의일 / 2023)
반짝반짝 작은별 2022 저자 (이분의일 / 2023)
반짝반짝 작은별 2023 저자 (이분의일 / 2024)
#음악 #미술 #예술 #인문학 #교육 #고등학교음악 #에세이 #교사 #예술가 #에세이스트
<작가의 말>
매주 토요일에 일주일을 돌아보며 저의 마음에 담겨 생각에 잠기게 했던 소재들을 꺼내서 글로 풀어내는 일을 습관처럼 하고 있습니다. 때로는 일주일 내내 저를 가득 채웠던 깨달음들이 술술 글로 풀어지기도 하지만, 어떤 소재로 글을 써야 할지 오랜 시간 갈피를 못 잡아 힘들 때도 있습니다. 글이 잘 써지는 날도, 소재를 찾는 것부터 힘들던 날도, 단 한 가지 생각은 동일합니다. ‘글을 써야 해!’
이런 글을 읽었습니다. ‘잘하는 사람, 좋아서 하는 사람, 즐기며 하는 사람, 계속하는 사람’. 글쓰기를 잘하지는 못하지만, 좋아하고 있고 즐기며 하고 있으며 무엇보다 계속하고 있는 사람에는 속할 것 같습니다. 이렇게 계속하다 보면, 조금씩 더 글을 잘 쓰게 되지 않을까 소망해 봅니다.
누군가가 저에게 질문했습니다. ‘글을 쓰는 이유가 무엇인가요?’ 저도 생각해 봅니다. ‘왜 글을 쓰고 있는 걸까?’ ‘왜 글을 쓰고 싶은 걸까?’ 저도 아직 해답을 찾지 못했는데, 또 다른 누군가가 이렇게 대답해 주었습니다. ‘글을 쓰면서 치유가 된다고 합니다.’
예민하던 성격이 언젠가부터 무뎌지고 덤덤해지고 있는 것을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누군가에게 또는 무엇인가에 의해 상처받은 마음을 치유하기 위한 글쓰기보다, 마음과 머리에 쌓여있는 것들을 눈에 보이게 기록하기 위한 글쓰기라는 것이, 말로 쏟아내는 것이 잘 맞지 않는 저에게는 훨씬 더 적당한 표현 같습니다.
매일의 삶, 일주일, 한 달과 1년의 삶이 흔적 없이 사라지지 않도록 귀하게 담고 싶다는 마음이 늘 있습니다. 좋은 것들과 아름다운 것들만 가득하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한 우리의 삶의 여정을 보며 계속 의문이 들기도 합니다. ‘삶이 왜 이러는 걸까?’라는 생각을 계속합니다. 고개가 끄덕여지고 이해가 되는 삶의 과정이 아니기에, 더 깊은 생각에 잠기며 더 진중하게 글을 써 보고 싶다는 생각을 늘 하게 됩니다.
2023년의 첫 글부터 마지막 52번까지의 이야기들, 그 속에 글로 풀어낼 수 없는 수많은 감정과 시간 속에 함께 했던 절대자의 생각을 조금이라도 제대로 알고 싶고, 그 오묘한 섭리 가운데에 저와 우리 인간을 놓아 보고 싶습니다.
살아갈수록 이해할 수 없는 인생길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천천히 조심스럽게 걸어가 봅니다. 궁극적으로는 내 삶을 받아들여야 하고 살아내야만 하는 것은 나 자신이기에.
늘 아쉽고 안타까운 마음을 담아 과거를 돌아보고, 곧 과거가 되어버릴 현재를 힘겹게 살아가는 저의 삶을, 저의 시간을, 회피하지 않고 담담히 받아들이는 연습을, 오늘도 해 봅니다. 그리고 아직 살아보지 않았기에 기대에 가득 찬 소망을 담아 미래를 바라봅니다.
나의 미래를, 또 우리의 미래를, 내가 그리고 우리가 이해할 수 있고 받아들일 수 있기를 그리고, 아름다웠다고 말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오늘도 글을 씁니다. 고맙습니다.
2024.03.10.(일) 서울
<책 미리보기>
그렇다고 1기가 서로를 잘 챙겨주고 애틋하게 생각하며 친밀한 것도 아니다. 하지만 ‘1기’라는 말에는 굉장히 깊은 의미가 있다.
- 우리는 아무것도 없는 곳에 (믿음으로) 왔고, 바닥에서부터 시작했고, 즐거움, 기쁨, 아픔, 슬픔과 고통, 그 모든 과정을 함께해 왔어.
나에게 ‘1기’는 그런 의미다. 무엇보다 즐거움을 함께했던 사람들이라기보다, 고통과 슬픔과 상처를 함께 겪어온 사람들이라는 것. 특히 유명한 곳이어서 온 것이 아니라 무명(無名)한 곳에 믿음으로 왔던 대단한 사람들 가운데에 내가 함께 속해있다는 것이 얼마나 자랑스러운지….
- <제5화 이곳입니다!> 중 (p.33) -
‘개천에서 용이 난다’라는 말은, 어려운 환경에 주저앉지 않고 노력하여서 성공한 삶을 이뤄냈다는 말이기에, 희망과 꿈이 담긴 좋은 말이고, 지금도 이 말이 곳곳에서 이루어지고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또 반드시 그래야만 하고. 그런데 지금은 실현되기가 무척 어려운 시대가 되어서 매우 슬프다.
어려운 환경에서 태어나고 자랐지만 성공하고 싶다는 ‘꿈’이 있으면, 인생길에서 나를 일으켜 줄 수 있는 사람들을 만나게 되고 기회가 생기게 될 텐데, 이런 꿈조차도 꾸지 않고 또는 꾸지 못하고 살아가는 아이들이 있지 않을까 돌아보게 된다.
석탄박물관 한쪽에는, 박물관이 만들어질 때 기증한 사람들의 이름이나 단체가 새겨져 있었다. 그것을 보면서 나는 왠지 뿌듯했다. 광부로서 지난한 삶의 기록을 이곳에 자기의 이름으로 뚜렷하게 남겨 놓다니…. 감사했고 고마웠다. 환경에 주저앉지 않아서….
- 어린 시절에 가난했었어요??
- 그랬죠….
오래전 D와의 대화 중 나왔던 이야기…. 이렇게 응답했다.
- 잘 자랐네요….
저는 어려운 환경을 딛고 잘 자란 사람이 좋더라고요….
- <제6화 잘 자랐네요> 중 (p.40~41) -
- 글을 쓰는 이유가 뭐야??
나에게 질문했던 E에게 이렇게 대답했다.
- 매일 매일의 삶이 귀하고 소중해서요….
- 나의 삶을 기록해 놓고 싶어요….
- <제18화 글을 쓰는 이유가 뭐야??> 중 (p.105~106) -
아주 오래전 우리 반 아이 A와 상담하던 중 그가 했던 이야기가 가끔 떠오른다. A는 우리 반의 상위 그룹에 있던 성적이 우수한 학생이었다.
- 꿈이 뭐야??
- (주저함 없이) 회사원이요!
- (깜짝 놀라며) 회사원이라니…. 다른 직업을 말해봐.
- 저는 사람들이 이상한 것 같아요. 모두 다 회사에 다닐 거면서, 왜 회사원이 꿈이 되면 안 되는 거죠??
1학년 때부터의 진로가 수시에도 큰 영향을 미치던 그 시절, 날카롭게 현실을 비꼬는 A의 말이었지만, 담임 교사로서 있는 그대로 수긍할 수는 없었다.
- (흠칫 놀라면서도 침착하게) 흠…. 아직 1학년이니까 그래도 다른 직업을 생각해 보면 어떨까?? 이과 계열로 가고 싶어 하니까, 의사나 아님. 공과 계열은 어떨까??
- 아뇨…. 그냥 회사원으로 적어주세요.
- 정말?? 진짜로 네가 원하는 건 뭔데??
- 회사원이 되어서 돈을 많이 벌고 싶어요!!
- <제23화 회사원이 되고 싶어요!!!> 중 (p.133~134) -
강의 마지막 날을 기억한다. 그날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에 서글픈 마음으로 참석했고 강의가 끝난 뒤 B를 눈으로 찾았으나 보이지 않았다. 그날따라 엘리베이터 3곳 앞에는 사람들이 한가득 줄을 서 있어서 다른 곳 엘리베이터 앞에 서 있었고 내 앞의 사람들이 내려간 뒤 마지막으로 엘리베이터를 탔다. 속으로는 이렇게 생각했다.
- 이렇게 시간이 지체되다니, 마지막 모습을 보지 못하겠군….
엘리베이터에서 내려서 옆 계단으로 내려가면서 나는 멈칫 멈췄다. 바로 거기에, B가 스승과 함께 이야기하며 걸어가고 있었으니까. 나는 그 옆을 스쳐 주차장으로 갔고 B는 스승과 헤어져서 내 뒤를 따라오고 있었다. 예술의전당 대한음악사 복도 양옆에 있는 유리 벽면을 통해 뒤따라오는 B를 보면서 주차장으로 갔고 그렇게 이별하는 줄 알았다. 그때 내가 신었던 와인색 구두의 ‘또각또각’ 굽 소리가 얼마나 크게 들렸던지, 지금도 내 귀에 선명하다.
주차장 몇 층에 내 차가 있었는지, B는 또 몇 층으로 갔는지 기억나지 않지만, 차를 탄 후 보통 때처럼 F 게이트로 나가려는데 게이트 공사를 한다고 차를 돌려야 했다. 내 차를 돌리면서 내 앞을 마주 보며 오는 B의 차와 서로 스쳐 지나갈 때, 나는 심장이 멎는 줄 알았다. 속으로 이렇게 외쳤다.
- 아! B다!!
- <제33화 노력하지 않아도> 중 (p.191~192) -
초등학교 1학년 담임 선생님이었던 A가 다른 학교로 전근을 가면서 2학년이 되는 학급 아이들에게 이렇게 이야기했다고 한다.
- 너희에 대해 자세히 알고 있는 사람이 선생님밖에 없지만 걱정하지 마. 선생님이 너희 2학년 담임 선생님들께 너희에 대해 자세하게 말씀드려 놓을게.
- 선생님이 자주 학교에 찾아올게.
- 학교에 아는 선생님이 없다고 슬퍼하지 마.
- 새로운 담임 선생님도 곧 익숙하게 될 거야.
나는 이 말을 듣고 눈물이 났었다. 인생에서 처음 들어온 거대한 ‘학교’라는 곳에서 알고 있는 선생님이 딱 1명이었지만, 이제는 아는 선생님이 아무도 없게 된 초등학교 1학년 아이들을 남겨 놓고 떠나는 담임 선생님의 저 애틋한 마음이라니….
- <제34화 나에게 사과해!> 중 (p.227) -
학교에서는 늘 이런 이야기가 들려온다.
- 어떤 녀석이 어느 선생님에게 이렇게 대들었대요.
- 졸지 말라고 했더니, 자기는 이 수업의 필요성을 못 느낀다고 했다네요….
- 어떤 학부모가 이렇게 저렇게 수업해달라고 전화했다네요….
학교 교칙에 대해서, 선생님에 대해서, ‘학교’라는 곳에 대해서, 예전과 다른 관점과 태도를 보이는 학생과 학부모로 가득 차 있다. 일단은 ‘대학입시’에 모든 것의 성패를 걸고 있으니, 그 외의 것을 이야기하고 가르치려는 것은 대단한 용기와 각오가 필요하다.
어떤 과목을 선택해야 진로에 유익한지를 듣고 싶어 하지,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들을 때는 고개가 숙어지고 눈빛이 흐려지는 것을 경험한다. 교복, 친구 관계, 예의 등의 이야기가 허공에 퍼지는 것을 보며, F에게 학교에 왜 다니고 있는지 물었더니 이렇게 대답했다.
- 일단은, 졸업장이 필요해서요….
아이들은 학교 수업보다 학원 강의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고, 교칙을 지키는 사람보다 1점이라도 더 잘 받아서 의대에 가기를 원한다. 그런데 나는, 점수 올리는 방법보다, ‘이렇게 저렇게 사는 건 어떨까’를 더 말하는 사람인데….
인생에 관해 이야기할 때 눈빛이 반짝이는 아이들과의 교감을 경험한 교사로서, 예전과 다른 학생과 학부모를 어떻게 대하며 지내야 할까…. 찬란했던 옛날을 그리워하며 지내야 할까…. 학생이 변하기를 기대하는 것 자체가 어려운 지금, 나의 미래를 생각하며 가볍게 직장생활을 하면 되는 걸까….
내가 내린 결론은, 지금의 안타까운 현실을 바라보며 찡그리면서 나의 시간을 채우고 싶지 않다는 것. 온갖 문제가 일어나고 있지만 그 사이사이에 눈길을 끄는 작고 예쁜 것들이 있다는 것. 그건 바로 때때로 나에게 웃음을 안겨주는 아이들의 ‘아이들다움’이었다. 문제아나 반항아의 모습을 띤 10대들이지만, 어이없는 모습으로 또 가끔은 순진하고 유머러스한 모습으로 나의 직장생활을 독특한 색감으로 덧입혀 주고 있었다.
- <제42화 반짝반짝 작은별 2021, 2022> 중 (p.245~247) -
겉으로 보이는 멋지고 화려하고 강인하고 넉넉하고 배려심 많고 사람 좋은 모습과, 바닥까지 경험한 뒤의 후줄근하고 볼품없고 나약하고 질투심 많고 이기적이고 심성 고약한 진짜 참모습은 다를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일 수 있어야 ‘진짜 사랑’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렵고도 놀랍고도 어쩌면 불가능한 일이다. 한 사람을 진정으로 이해하고 받아들이고 정말 사랑한다는 일은….
- 인간은 빛의 형상을 상상함으로써 깨닫는 게 아니라, 어둠을 의식함으로써 깨달음을 얻는다. (칼 융)
C 드라마 감독 K가 드라마를 제작하는 내내 붙들었다는 문구를 읽어보며, 그가 했던 말을 옮겨 본다.
- 우리가 타인에게 보여줄 수 있는 가장 강한 행동은, 결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곁에 머무는 것이다.
대수롭지 않은 일에 예민하여 분노하고 화를 내더라도, 또 서로의 밑바닥을 경험하여 숱한 결점들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떠나지 않고 서로의 곁에 그대로 머물러 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 <제51화 결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곁에 머무는 것> 중 (p297~298) -
2023년의 마지막 글을 쓰는 2월 마지막 토요일인 오늘, 아인슈타인이 했던 말로 2024년을 기대하려 한다.
- 인생을 사는 방법은 두 가지다.
하나는 아무 기적도 없는 것처럼 사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모든 일이 기적인 것처럼 사는 것이다.
- 신은 주사위 놀이를 하지 않는다.
- 우연의 일치는, 신이 익명으로 남기 위해 채택하는 방편이다.
우리의 만남은, 인연은 우연이 아니라 기적과 같은 일이라 깊게 믿어보며, 오래전 내 삶의 주인공이었던 E를 불러내어, 이렇게 말하고 싶다.
- E, 그거 알아? 우리의 만남은, 우리에게 일어났던 일들은 기적이었어. 우연이 아니었다고. 너도 알고 있지??
- <제52화 인연(因緣)-3> 중 (p.304~305) -
일본에서 공부하고 있는 졸업생들도 만났는데, 특히 가장 기억에 남은 것은 연수 2일째 되는 날에 만났던 2기 졸업생, F였다. 아마 졸업한 지 25년 만에 만난 것이 아닐까 싶은 F가 식당에 찾아왔을 때, 정말 뭉클했다. 내가 생각했던 그 얼굴 그대로였고, F는 이렇게 말해서 나를 까무러치게 했다.
- 와아! 선생님, 여전히 고우세요!
여전히 넉살 좋고 까불었던 어린 시절 고등학생 모습이었지만, 이제는 어엿한 가장으로 또 전문 직업인이어서 얼마나 뿌듯했는지 모른다. 25년 전에 만났던 제자를 한국도 아닌 일본에서 다시 만나게 된 이런 인연이라니! 이건, 기적이라고 말할 수 있을 만!
- <제52화 인연(因緣)-3> 중 (p.305~306) -
<서지정보>
초판1쇄: 2024년 7월 22일
글: 김은하
펴낸곳: 이분의일
판형: 152*225mm
페이지수: 310P
ISBN 979-11-988303-2-6(03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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